책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이번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원작이 궁금해 읽었다. 영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지만 내용은 더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소년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삶의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앞뒤가 다른 현대인들, 자신을 잘 내비치지 않는 상처 받은 인간, 끝없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집단 등 많은 인간상을 비유로 표현한 듯 영화는 긴 여운을 남겼다.
사실, 책을 읽어보면 영화와의 공통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책이 쓰인 시기(1937년 출간/중일전쟁 발발 당시)도 그렇고 차이가 크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시대적 상황과 한 남자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정도? 물론 감독의 깊은 의도를 내가 파악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단편적으로 봐서는 그렇다.
코페르라는 친구가 학교에서 겪는 여러 일들을 통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코페르의 멘토 역할을 하는 삼촌은 코페르가 겪은 일들에 대해 아주 정성스러운 답변을 담은 글을 기록한다. 삶의 지침이 될 만한 가르침들이 많다. 뻔하기보단 저자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그 글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무엇을 할 때 행복하며 '나답다'라고 느끼는가? 나는 어떻게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는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다. 너무 심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궁극적으로는 이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이다. 책에서 얘기하는 오기가 무엇일지는 각자 더 고민해 봐야 알겠지만 이 글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 신앙,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위대하거나 훌륭해지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신념'과 '가치관'을 재정립해야 하는 게 먼저 아닐까.
현대인들은 불과 100년 전의, 아니 50년 전의 세대보다 고통을 느끼는 걸 어려워하고 견딜 수 있는 능력도 현저히 낮다. 이건 문명의 발달이 편리함을 가져다주고 굳이 고통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노력하는 수고를 덜어준 덕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보이지 않는 수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육체든 정신이든 어느 정도의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극복해 냈을 때 인간은 한 단계 성장하는데 그 과정들이 기계나 여러 물질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있다. 한 남성이 자신을 소개하며 자신이 타는 차는 '벤츠'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 자신의 아버지는 '포드'를 탔으며 할아버지는 차가 아닌 경운기를 모셨고 증조할아버지는 차가 없이 도보와 자전거를 탔다고 말한다. 그리고 끝으로 자신의 아들은 마세라티 등 최고급 스포츠차를 타게 될 것이라며 덧붙인다.
"어려운 환경은 강한 사람과 편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편한 환경은 약한 사람과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는 계속 반복된다."라고. 우리는 스스로를 어떤 환경으로 내몰고 있는지를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지금 우리 사회의 불안과 불행의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많은 욕망을 자극하는 환경. 그리고 서로 비교하고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생존할 수 있는 체제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에 자아를 찾고 내면의 선을 발견하기도 전에, 타인이 주입한 수많은 욕망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 스마트폰의 개발로 우리는 더 빠르고 많은 욕망을 만날 수 있다. 온갖 겉치레로 무장한 욕망은 너무도 자극적이어서 계속 우리를 그 세계 속에 잡아두지만, 결국 끝이 난 후에 남는 건 공허와 허무인 경우가 많다.
이 글은 컴퓨터가 상용화되기도 전에 쓰인 글이지만, 어쩌면 산업화로 막 접어든 그 시대보다도 4차 혁명이 한창인 지금의 시대에 더 깊이 적용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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