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1인 가구의 삶과 관련된 글을 몇 번 썼었다. 너무 신세한탄만 하는 것 같아 한동안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생활 속에서 느낀 일들이 가장 잘 써지는 듯하다.
1인 가구의 밥상이나 생활꿀팁 같은 내용이라면 훨씬 많이 읽혔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내가 쓸 글은 1인 가구로서 느끼는 정서적 공백과 생활의 한계에 관한 것이다.
1인 가구도 가구 나름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가지각색의라이프스타일이있기에 모두 필자와 같이 느낄 순 없다고 생각한다.하지만같은 느낌을 받은 누군가가있을 수 있기에 한 번 적어 보려 한다.
최근 들어 할 일이 많아져서 그런지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이 버겁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청소를 좋아해서(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아 생각이 복잡할 때면 늘 청소를 했었다) 늘 기꺼이 했었는데, 요즘은 식사 후 설거지를 하려다가도 "그냥 다음에 먹을 때 하지 뭐" 하고 방치할 때가 많았다. 에너지가 방전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렇게 쌓인 그릇들은 결국 내가 치우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지만 불편하다." "편하지만 불편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편하지만 불편하다? 이건 어떤 기분일까. 느껴본 나조차도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혼자가 편하지만 때론 혼자인 게 불편하다는 것. 이건 분명히 계산할 수 없는 정서의 측면이다. 싱글 라이프를 사는 사람은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기분.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경제생활, 집안일, 멘털 케어, 자기 관리까지. 1인 가구는 결국 모든 걸 혼자 스스로 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 한편으론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혼자서도 뭐든 잘 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기력이 없고 삶에 대한 의지가 떨어졌을 때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집안일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거니까.
뭐 절친이나 정말 자신을 아끼는 동료가 있어 한 걸음에 달려와 줄 수 있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나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다) 주변에서 고립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해서인지 1인 가구는 늘 위험에 쳐해 있다는생각이 든다.
어쩌면, 솔로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는데도 여전히 결혼을 꿈꾸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건 취향이나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생존의 영역이기에. 뭐 모르겠다. 30대 중반에 들어서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믿거나 말거나 1인 가구인 당신은 오늘도 오롯이 홀로 서기 위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은 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