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 Mar 17. 2024

독거노총각이거나 슈퍼맨이거나

[1인 가구를 위한 에세이] 혼자가 좋지만 혼자가 싫은 당신에게

이전에 1인 가구의 삶과 관련된 글을 몇 번 썼었다. 너무 신세한탄만 하는 것 같아 한동안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생활 속에서 느낀 일들이 가장 잘 써지는 듯하다.


1인 가구의 밥상이나 생활꿀팁 같은 내용이라면 훨씬 많이 읽혔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내가 글은 1인 가구로서 느끼는 정서적 공백과 생활의 한계에 관한 것이다.



1인 가구도 가구 나름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가지각색의 라이프스타일이 있기에 모두 필자와 같이 느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느낌을 받은 누군가가 있을 있기에 한 번 적어 보려 한다.


최근 들어 할 일이 많아져서 그런지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이 버겁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청소를 좋아해서(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아 생각이 복잡할 때면 늘 청소를 했었다) 늘 기꺼이 했었는데, 요즘은 식사 후 설거지를 하려다가도 "그냥 다음에 먹을 때 하지 뭐" 하고 방치할 때가 많았다. 에너지가 방전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렇게 쌓인 그릇들은 결국 내가 치우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지만 불편하다."
"편하지만 불편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편하지만 불편하다? 이건 어떤 기분일까. 느껴본 나조차도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혼자가 편하지만 때론 혼자인 게 불편하다는 것. 이건 분명히 계산할 수 없는 정서의 측면이다. 싱글 라이프를 사는 사람은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기분.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경제생활, 집안일, 멘털 케어, 자기 관리까지. 1인 가구는 결국 모든 걸 혼자 스스로 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면 한편으론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혼자서도 뭐든 잘 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기력이 없고 삶에 대한 의지가 떨어졌을 때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집안일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거니까.


뭐 절친이나 정말 자신을 아끼는 동료가 있어 한 걸음에 달려와 줄 수 있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나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다) 주변에서 고립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해서인지 1인 가구는  위험에 쳐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솔로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는데도 여전히 결혼을 꿈꾸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건 취향이나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생존의 영역이기에. 뭐 모르겠다. 30대 중반에 들어서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믿거나 말거나 1인 가구인 당신은 오늘도 오롯이 홀로 서기 위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은 둘 중 하나다.


독거노총각(노처녀)이거나 슈퍼맨(우먼)이거나

   

 

 

매거진의 이전글 계획대로 되지 않는, 행운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