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꿈속에서 6화

골든타임

by 진혁

2년 전)


결국, 민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괴사건 발생일로부터 11일 하고 2시간 지난 시점이었다. FBI 동일 유형의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아동 납치, 유괴사건의 골든타임은 사건 발생 후 24시간이라고 했는데, 이미 데드라인을 넘긴 상태였다. 범인은 11일 동안 어떠한 협박도, 금전요구나 일체의 돌발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시그널이었다. 아이를 살해했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민서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 하나로 수연은 버터 왔다. 모든 게 잘될 거라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처럼 일상을 함께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바람은 절망의 불씨가 되었고, 새끼를 잃은 어미는 자멸의 길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무한의 우주공간, 푸른색 행성에서 태어나, 가족이라는 사이클로 맺어진 소중한 연이었는데, 태우는 아내가 떠나가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야 했다.

아내가 가던 날,

그의 세상은 처참하게 찢기고 무너져 버렸다. 홀로 남겨진 슬픔은 고통이 되어 가슴에 사무쳤고,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새처럼, 살아도 죽은 것이었다.

그는 울부짖으며,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 다녔다. 마른 줄 알았던 슬픔이, 아내의 죽음 앞에서 또다시 호수가 되어 흘러내렸다.

차라리 이대로 심장이 멈췄으면...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미련 둘 곳을 하나 둘 지워가면서, 태우는 그렇게 죽음과 함께 며칠을 지냈다.


"아직 살아있네?"

"누구야?"

"나? 내가 누군지 알 텐데?"

"......"

"그렇게 죽고 싶어?"

"......"

"자식과 아내를 먼저 보낸 나약한 인간이 그렇게 쉽게 죽으면 되나. 길바닥에 뿌리내린 질경이처럼, 수많은 사람들 발길에 치여서, 찢기고 부서져 봐야지. 니 아내가 느꼈던 고통처럼! 너에겐 죽음도 아까워."

"날 좀 내버려 둬."


태우는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현실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쇠약한 상태였고, 지친 몸은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쩌다, 습관적으로 받아마신 물 한 모금에도 눈물이 났고, 그러게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다.

진동소리가 들렸다.

눈을 뜬 태우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테이블 위에 놓인 스마트 폰을 쳐다봤다.

아내였다.

잘 못 봤다 하더라도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아내가 생전에 보낸 예약발송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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