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기철은 유리에 비친 형상들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집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도어벨을 눌렀다.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람이 없는 것 같지?"
"다음 집으로 가시죠."
문 앞에서 아른거렸던 형상들이 사라지자, 기철이 방에서 나왔고, 그의 뒤를 따라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두 손이 뒤로 결박된 채, 바닥에 엎어진 상태로 움직임이 없었고, 얼굴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기철이 밖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집안 어딘가에서 뭔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예민해진 기철이 방 안으로 들어와 사체들을 발로 건드려 보더니,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칼을 들고 집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욕실 문이 조금 열려 있던 게 미심쩍었던 기철은 칼 끝으로 욕실 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에는 나뭇잎이 그려진 샤워커튼이 보란 듯 가려져 있었는데, 기철의 의심을 사기 좋은 상황이었다.
기철은 거침이 없었다.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지도 않았다.
커튼 뒤에 누군가 있다면 기철의 손에 죽게 될 게 뻔했다. 그는 손을 뻗어 샤워커튼을 찢어버릴 기세로 잡아당겼고, 커튼이 뜯기며 고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커튼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철이 헛웃음을 보이며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날아온 뭔가에 맞아 기철이 욕조 안으로 자빠지며, 주변에 있던 플라스틱 물건들이 요란스럽게 나뒹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기철은 자신을 잡으려는 상대를 밀치며 현관문 쪽으로 달아나려 했지만, 상대에게 목덜미를 잡히며 다시 넘어지고 만다.
기철이 칼을 휘두르며 거세게 저항하기 시작했고, 정체 모를 상대와 정면으로 대치하게 된다.
그는 태우였다. 기철은 그가 민서의 아빠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자신을 검거하려는 경찰이겠거니 생각했고, 순순히 잡혀줄 리 만무했다.
태우는 기철을 잡기 위해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 기철이 아무리 잔인한 살인자라고 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우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두 사람의 모습은 외길에서 맞닥뜨린 천적 같았고, 그 팽팽한 긴장감에 살이 베일 것만 같았다.
태우가 자세를 바꾸며 순간, 노출된 빈틈으로 기철의 서슬 퍼런 비수가 파고들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