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꿈속에서 12화

파스텔

by 진혁

인간의 자아가 타인의 잠재의식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가설이 수아를 통해 증명된 샘이었으나, 모라박사는 이 현상에 대한 연구성과를 학회에 공개하지 않았다. 잠재의식 미러링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을뿐더러, 타인의 잠재의식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허구에 가까운 현상이기도 했지만, 이 희귀한 케이스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수아의 삶이 침해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수면유도제 투입할게요.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세 주세요."


숫자를 다 세기도 전에 태우가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누구나 잠자는 시간만큼은 세상 시름을 다 내려놓기 마련인데, 그의 잠든 얼굴엔 그늘이 남아 있었다.

뇌파 감지기에서 수면 상태를 확인한 모라가 대기하고 있던 수아에게 신호를 주었고, 태우에게 미러링 하기 위해, 수아도 잠을 청했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비가 내렸.

해변에는 한 남자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그의 꿈속은 슬픔으로 가득했고, 귓불에 스치는 거센 바람처럼 쓰리게 절규하고 있었다.

수아는 비에 젖은 모래를 밟으며 태우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가야 해요"


고개를 끄덕이며 태우는 수아가 내민 손을 잡았다.

순간, 물결에 파동이 치듯, 공간이 흐물거리며 그들 앞에 커다란 포털이 생겨났고, 두 사람은 포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휘오리에 빨려 버린 듯한 어지러운 느낌! 포털은 강한 힘으로 그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낮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밤도 아닌, 백야처럼 그늘져 보이는 세상. 무수히 많은 억새가 자라고 있는 늪지대에 그들이 서 있었다.


"기철 꿈속에 왔어요."


현실처럼 느껴지는 타인의 꿈속을 보게 되다니, 태우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풍경에 정신이 팔린 태우가 웅덩이에 발이 빠져 넘어졌다.


"조심하세요. 꿈이지만 현실처럼 상처가 생기고, 고통도 느껴져요. 여기는 기철의 꿈속이에요. 현실보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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