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꿈속에서 13화

테노메

by 진혁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괴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커다란 입과 코, 뾰족한 귀는 있었으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창백해 보이는 흰색 피부와 마른 듯한 몸으로 기괴하게 걸어왔는데,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손바닥에 숨겨진 눈으로 사물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일본 고전에 등장하는 요괴 '테노메'를 보는 듯했다.

꿈속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했기에, 공포는 살갗을 베어 버릴 것처럼 날카로웠고, 심장은 터져버릴 듯 요동쳤다. 두려움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요괴가 손바닥에 박힌 눈을 히번득 거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수아, 정신 차려!"


넋이 나간 듯 서있던 수아를 향해 태우가 소리쳤다.


"내가 저 요괴를 막아볼 테니까. 수아 씨는 꿈에서 나가."

"안 돼요... 그럴 수 없어요."


위험했지만, 이대로 혼자 나갈 수는 없었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기철의 꿈속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면, 자신과 분리된 태우의 자아가 소멸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찢어진 택배상자에서 빠져버린 냉동식품 같다고 해야 하나? 보낸 자와 받는 자의 정보가 사라진 내용물은 반품처리 할 수 없는 음식 쓰레기와 같을 것이다. 결국, 현실의 태우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식물인간으로 죽어갈 것이고 설령, 수아가 기철 꿈속에 다시 들어간다 하더라도, 태우의 자아와 연결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두 사람이 함께 기철의 꿈속에서 나가 버린다면, 민서 사건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놓치게 될 수도 있어서, 기회가 많지 않은 그들에게 딜레마처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다 둘 다 위험해! 수아 씨 내 말 들어."


뭔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수아가 주머니에 있는 기념주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파스텔이 손끝에 닿았다. 뭔가 생각이 났는지, 수아가 다급하게 주머니에 있던 검은색 파스텔을 꺼냈고, 흰색 벽에 네모난 도형을 그리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수아는 대답대신 네모가 그려진 벽을 힘껏 밀었다. 단단했던 벽이 밀리기 시작하며, 거짓말처럼 출구가 생겼고, 두 사람은 요괴를 피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요괴도 출구를 통해 따라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무작정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뒤쫓아오던 요괴가 보이지 않게 되었고, 지친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


"수아 씨, 괜찮아?"

"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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