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12

by 진혁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는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고, 대원들은 숨죽여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근거리까지 접근한 그것은 두 다리로 서있는 생물이었다. 아니, 외계인이라고 해야 하나?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웠지만, 그 외계 생명체는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했고, 기본적인 신체구조도 인간과 비슷해 보였기에 더욱 놀라웠다.

피부는 희고 창백했다. 가슴 앞쪽과 손바닥에서 야광처럼 은은하게 빛이 났는데, 멀리서 보면 반딧불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얼굴에는 코와 입이 있었지만, 눈은 없었다. 머리털이나 눈썹도 없었다.

큰 입은 다문 상태였지만, 그 분위기가 요괴를 연상시키는 것 같아, 금방이라도 잔인한 본성을 드러낼 것만 같았다.


제제가 움직이자 생명체는 제제 쪽으로 몸을 돌렸다.


"눈이 어디에 있죠? 제제를 보고 있는 거 같아요."


기록담당 표 수아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제제가 그 생명체에게 조금 더 다가서자, 생명체는 고개를 숙여 제제의 체취를 맡는 것 같았다.


"배고픈 것 같아요"


라고 누군가 말했고, 주머니에서 초콜릿바를 꺼낸 선 유준이 생명체에게 주려고 팔을 길게 뻗었다. 제제에게 향했던 생명체는 선 유준 향해 몸을 돌려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하지 마세요"


생존 설비담당 도 루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준은 루다를 바라보며 걱정하지 말라고 환하게 미소 지었는데,

그 순간,

늘어뜨리고 있던 긴 팔로 유준의 팔을 낚아챈 그 생명체는 유준을 자기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모두들 놀라 머뭇거리는 사이, 그 생명체는 티라노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 지르고 있는 선 유준의 목을 빠르게 물어뜯었다.

사람들이 놀라 소리 지르며 혼비백산했고, 바 다로와 남자 대원 몇 명이 주변에 무기가 될만한 물건을 들고 거세게 저항했다.

갑자기 창백한 푸른 불빛이 번쩍 거리며 그 생명체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생명체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며 유준을 떨어뜨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다로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유준을 돌려 눕혔는데, 머리가 간신히 몸에 붙어있을 정도로 덜렁거렸고, 주변에는 온통 붉은 피가 흥건했다.

유준은 이미 생명을 잃은 상태였다.


모두들 너무 놀라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다시 어둠 속에서 그 놈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숙소 안으로 피신했고, 제제가 레이저를 발사하며 대응하기 시작했다.

제제의 레이저에 달려들던 몇 마리가 쓰러졌지만, 뒤에서 더 많은 놈들이 계속 다가오는 게 보였고, 그 숫자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다로와 남자 대원들이 모닥불에서 꺼낸 횃불을 휘두르며 접근을 막아섰지만, 놈들의 숫자를 감당해 내기 어려웠다. 그중 한 마리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유준의 시신을 빠르게 채갔는데, 유준의 시신을 서로 빼앗으려고 자기 내들끼리 뒤엉켜 싸우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두렵고, 무기력했으며, 인간으로서 자존감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이 행성의 생명체들에게 인간은 그저 먹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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