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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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공포와 슬픔으로 얼룩진, 긴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선 유준을 죽인 생명체들은 숙소 주변을 밤새 서성거렸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테노메 같아요"


소 비오가 혼잣말하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릴 때, 판의 미로라는 기예르모 감독의 고전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테이블 위에 음식이 가득했고, 창백한 외모에 눈이 없는 괴물이 죽은 듯 앉아 있었죠. 아이가 유혹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의 음식을 먹게 되면, 괴물이 깨어나 아이를 잡아먹으려고 쫓아가죠,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웠어요. 영화 속 괴물은 일본의 고대요괴 테노메를 모티브로 했는데, 저 생물들이 그 테노메 같아요."


"PT리더 이제 우리 어떡하죠?"


표 수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날이 밝으면 놈들을 피해 셔틀에 가서 모선과 연락을 해볼 겁니다. 보이시나 상황도 알아보고, 이곳 피해 상황도 알려야 하니까요."

"너무 위험해요"

"저 생물체들은 야행성입니다. 낮에는 괜찮아요"


리즈 박사가 말했다.


"어제 드론 탐색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거든요. 낮에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오는 것 같아요."


낯선 행성에서의 첫 날밤이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터질 것 같았던 긴장감과 동료를 잃었다는 슬픔도 긴 어둠 속에 서서히 무뎌져 갔고, 사람들은 울다 지쳐 잠들어 있었다.


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출입문에 기대어 잠든 다로의 지친 얼굴을 보듬어 주었다. 눈을 뜬 다로가 처량하게 잠든 사람들 모습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자신에게 덮어 준 담요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로는 조용히 일어나 숙소 문을 열었다. 간밤에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공포는 그 어디에도 없었고, 풀냄새 향긋한 평온한 아침이 그를 맞이했다. 바 다로가 나가자 잠이 깬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따라서 나오기 시작했다.

리즈 박사 말대로 어제 그 잔인한 짐승들은 보이지 않았으나, 숙소 앞에 찌그러지고, 파손되어 조각나버린 제제가 있었다. 간 밤에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틴이 제제의 조각난 몸체를 두 손으로 들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슬픈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여러분들은 이곳에 계세요. 저는 주변을 살펴보고, 셔틀에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도 같이 갈게요."

"나도 갈게요."


리즈 박사와 마틴, 하룬이 같이 가자고 따라나섰다.

이들은 숙소 설치에 사용되었던 알로이 봉을 무기 삼아 하나씩 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모선에서 무기라도 챙겨 올걸 그랬어요."

"마틴, 모선에 무기가 있어요?"

"네, 보안사항이라서 공개하지 못했지만, 비상시 사용하는 무기가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뭔가를 집어 든 바 다로의 표정이 어두웠다. 너덜너덜 찢긴 천 조각 하나가 그의 손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이,

어젯밤 선 유준이 자랑하며 입었던 라운드 티셔츠 조각이라는 것을 리즈 박사는 알고 있었다. 보통은 뼈가 남기 마련인데, 이 행성의 잔인한 짐승들은 뼈조차 남기질 않았다.

리즈 박사는 10년 전 달리탐사선 승무원들이 행방불명되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공포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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