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스페어 셔틀에 도착한 일행은 주위를 살피며 안으로 들어갔다.
조종석에 앉은 바 다로가 주 전원을 켜고, 모선과 통신 채널을 연결했다.
잠시 후, 모니터 화면에 선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모두들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선장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네]
"어젯밤, 행성 티가든 b에서 고등 생명체를 발견했습니다. 인간처럼 두 발로 이동했고, 외형도 인간의 신체구조와 비슷했으나, 지적 수준은 현저히 낮아 보였습니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걸 봐서는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개체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매우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 대원들을 향한 공격이 있었고, 대원 중 한 사람이 그들에게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토목공학담당 선 유준이 사망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선장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선장님, 보이시나 문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각도로 해결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구명선을 추진체로 이용하자는 제안이 있어서, 기술적으로 가능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주세요.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모선과의 통신이 끝나고 침울한 표정으로 모두가 앉아 있었다. 이들 뒤로 검은 형체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인 리즈 박사가 뒤를 돌아보더니 너무 놀라 의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리즈 박사를 부축하려다가 마틴도 뭔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섰다.
테노메가 있었다.
놈은 선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나온 듯 보였다. 시간이 정지해 버린 것 같았고, 심장이 터져 버릴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테노메를 지켜보던 다로가 움직이지 말라고 동료들에게 손신호를 했다.
테노메의 행동이 어제와는 사뭇 달라 보였기 때문인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가 하면 심지어 피부색도 짙게 변해 있었다.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너무 놀라 제정신이 아닌 건지, 테노메 앞으로 다가서는 다로를 바라보며, 리즈 박사가 너무 놀라 손바닥으로 자신의 입을 막아 버렸다. 다로가 앞으로 다가섰지만 테노메는 모르는 것 같았다.
다로는 들고 있던 알로이 봉으로 테노메의 머리 쪽을 힘껏 가격했다. 테노메는 갑작스러운 일격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선 테노메가 칼날 같은 이빨을 보이며 포식자의 본능을 드러냈다. 고막을 찢는 듯한 괴성을 지르며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 죽일 듯이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다로는 테노메의 공격을 피해 다시 한번 강하게 머리를 가격했다.
보라색 액체를 흘리는 테노메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더니, 더듬더듬 문을 찾아 밖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숨어있는 테노메가 더 있을지 몰라서 그들은 선내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다른 테노메는 없었다.
"괴물이 보지 못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리즈박사가 물었다.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았고, 행동도 어제와는 너무 달랐어요. 마치,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그래서 혹시나 했죠. 제 생각에는 해가 있는 낮에는 시력이 없거나 약한 것 같은데,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테노메가 눈이 없는 이유는 다른 방법으로 사물을 인지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빛의 세기와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몸의 인지 기관이 어둠에 유리하게 진화된 것 같아요. 어떤 환경적 요인으로 이런 진화가 생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테노메를 연구해보고 싶네요."
스페어 셔틀에서 통신 중계 장치를 꺼내 온 바 다로가 바닥에 떨어진 테노메의 피를 보더니, 하룬에게 통신장치를 넘겨주며 말했다.
"하룬, 캠프에 가면 이곳에서 벌어진 상황을 공유해 주시고, 야간 공격에 대비할 방법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같이 안 가요?"
"나는 아무래도 테노메가 은신하고 있는 장소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이 피를 따라가 보면 뭔가 나올 것 같습니다. 모두들 먼저 가세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겠죠."
마틴이 그를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