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다운

16

by 진혁

탐사선 출입문 앞에는 아직도 굶주려 보이는 맹수 무리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맹수들은 먹잇감이 나오길 기대했겠으나, 그곳에선 빨간색 불덩이가 튕겨져 나와 폭음을 내며 사방으로 튀었고,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이 빠진 맹수들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마틴이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맹수 무리가 없는 것을 확인한 마틴이 밖으로 나오며, 뒤따라 나오는 다로를 향해 엄지를 세웠다.


"오!"


두 사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들은 긴 봉 끝에 정글도를 용접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신호탄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 무기로 싸울 계획이었지만, 피를 보지 않고 물리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테노메 동굴로 향했다.


동굴에서 좀 떨어진 장소에 셔틀을 착륙시킨 두 사람은 카트를 이용해 폭발물을 옮기고 있었다. 동굴을 완전히 매몰시키려면 구조적으로 취약한 곳을 찾아야 했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었던 것 같다.


"입구 쪽만 무너지면 파고 나올 수 있으니까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바 다로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입구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았는데, 검은색 어둠이 공포의 덫으로 그들의 의지를 꺾고 있었다.

마틴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젯밤 악몽 같았던 테노메의 습격 때문인지, 어둠의 덫은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고, 사지를 묶어 놓았다.

달리 탐사선에서 만든 무기에 설치한 라이트를 켜고, 바 다로가 동굴 안쪽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지만, 마틴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틴! 빨리 와요"

"......"

마틴은 대답이 없었다.


"저기 햇빛이 닿는 곳까지만 들어가서 설치하는 걸로 합시다."


적당한 위치를 찾은 바 다로가 재차 들어오라고 마틴에게 손짓했다. 마틴은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바 다로가 있는 곳까지 왔지만, 창백해져 버린 얼굴에는 두려움이 역력했다. 걱정 말라는 바 다로의 말도 마틴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 다로는 장비를 사용하여 벽 한쪽을 파내고 있었지만, 소리 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작업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해질 무렵에 겨우 작업을 마무리한 두 사람이 설치된 폭발물의 전개 시간을 두고 고민했으나, 시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위험을 감수하고 카운트 다운 10분을 설정했다.

마틴이 서둘러 동굴을 빠져나가려 하자, 바 다로가 그의 팔을 잡았다.


"마틴, 나는 놈들을 눈으로 확인해야겠어요. 개체 수도 궁금하고... 셔틀에 먼저 가세요. 5분 내로 따라갈게요."


말이 끝나자 바 다로가 몸을 돌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바 다로!"


마틴이 불렀지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하며 바 다로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틴은 두렵고, 미안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동굴은 생각보다 넓었다. 시간이 늦어지면 자신도 갇힐 수 있다는 걱정이 발길을 무겁게 했지만, 의지가 강했던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돔 형태의 넓은 공간이 나오자, 웅크리고 있는 테노메들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로는 재빠르게 라이트를 끄고,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됐어! 놈들이 있는 게 확실해.]


빛이 없는 동굴 속은 우주공간 같았다.

바 다로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을 느꼈고, 두려움보다는 외로운 감정이 먼저 찾아왔다. 가족들 얼굴이 눈앞을 스쳐갔고, 모라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별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름답다]


바 다로는 자신도 모르게 감동에 젖어 있었지만, 별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동굴이 온통 별빛으로 가득해지는 걸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테노메가 깨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숫자면 인간에게는 너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었기에, 바 다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캠프에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참사를 막아야 한다는 긴박감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바 다로는 출구 쪽으로 몸을 돌려 라이트를 켰다.


"......"


바 다로는 너무 놀라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테노메 한 마리가 바로 앞에서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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