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15

by 진혁

바 다로와 마틴은 테노메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바람이 머물던 들판과 금빛 갈대숲을 지나고, 추상적 형태의 바위들에게 시선을 뺏기다 보니, 길가에 쓰러져 있는 테노메가 보였다. 테노메가 죽은 것을 확인한 다로는 생기 없는 시체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제 그 놈이군."


바 다로가 말했다.


"네?"

"여기 가슴 쪽을 보세요. 깊게 탄 상처가 보이죠? 제제 레이저에 맞은 자국이에요. 그리고, 여기에 사람 핏자국도 있고, 어젯밤 선 유준을 공격한 놈이 맞아요"


허망하게 동료를 잃었던 어제의 기억이 떠오르자, 다로는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사력을 다해 이곳까지 온 걸 보면, 근처 어딘가에 은신처가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은 테노메가 쓰러져 있는 곳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저기!"


마틴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다로가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바위 두 개가 한 덩어리처럼 붙어 있었는데, 바위 사이에는 동굴 입구처럼 보이는 구멍이 있었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동굴 입구로 향했고, 그곳에서 무수히 많은 발자국과 분비물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테노메의 근거지가 틀림없었다.


"마틴, 여기가 놈들 은신처가 맞는 것 같아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를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가 바위를 옮겨 막는다고 해도, 이 놈들은 쉽게 빠져나올 겁니다. 흙을 퍼다 나를 수도 없고. 폭발시키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은데..."

"폭발이요?. 스페어 셔틀에 있는 수소 배터리를 이용하면 되지만, 그게 없으면 셔틀을 사용할 수 없으니 안될 것 같고."

"셔틀 1대만 더 있었어도 이런 고민은 안 할 텐데..."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달리탐사선!"


탐사선에는 유사시를 대비해 자폭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그것만 가져온다면 페일 무리를 당분간 동굴에 가둘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서둘러 스페어 셔틀로 향했다.


"안다!"


다로는 모선 보이시나에 있는 AI를 연결했다.


[PT리더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0년 전, 티가든 b에 불시착한 달리 탐사선의 현재 위치를 알려줘"

[네, 달리 탐사선은 PT리더가 계신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위치 좌표를 보내드렸으니,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더 도와드릴 건 없나요?]

"달리 탐사선 자폭 장치는 사용이 가능한가? 그리고, 화물 목록 중에 개인용 방어 화기가 있었는지도 확인해 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두 그렇다입니다. 개인용 방어 화기의 종류와 수량, 사용법을 보내드렸으니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스페어 셔틀을 이용해, 달리 탐사선이 불시착했던 장소로 이동한 두 사람은 덩굴 식물에 뒤덮인 탐사선을 찾아냈다.

수동 개폐장치를 이용해 문을 개방한 사람이 탐사선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전원이 살아있어서 자동으로 켜진 실내등 덕분에 선실 내부를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적막한 선실 내부에는 물건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싸운 듯한 파손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무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캐비닛을 찾았으나, 그곳에 무기는 없었다. 실망스럽긴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폭 장치였다.

자폭장치는 이상 없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매뉴얼에 따라 폭발물을 분리 케이스에 옮긴 두 사람은, 탐사선 밖으로 나오다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처음 보는 사족보행 짐승들이 문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영역을 침입한 적에게 강한 불쾌감을 보이며, 늑대처럼 긴 주둥이에서 송곳 같은 이빨을 드러냈다. 그 짐승들은 시선을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에 검은색 털을 온몸을 덮고 있었다.

두 사람은 출입문에서 뒤걸음질 치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네발 맹수 무리는 탐사선 주변을 서성거리며 돌아가질 않았고, 시간이 계속 지체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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