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가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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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인간은 개발이라는 이유로 자연환경을 훼손시켰고, 욕심 때문에 한정 자원을 낭비했다. 인간들은 지구가 영원할 줄 알았을 것이다. 이제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잘못을 뼈저리게 알았을 것이나, 뒤늦은 후회는 부질없는 것이었다.


보이시나 대원들은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고, 눈물도 흘렸다.

보이시나호 대원들은 인류의 불안한 미래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심연의 광활한 우주를 개척해 왔다. 드디어 인류가 꿈꿔왔던 깨끗한 환경의 행성을 찾았다고 생각하니, 아낌없이 주었던 어머니 별 지구에 대한 안타까움과 새 희망에 대한 벅찬 감정이 밀려왔을 것이다.


마틴이 기내에서 커다란 금속 케이스를 가지고 나왔다. 경치에 감동받아있던 대원들의 호기심이 금속 케이스로 향하고 있었다.


"마틴, 그게 뭐예요?"


사오리가 물었다.


"보여드릴게요"


마틴은 사오리에게 윙크하며 케이스를 열었다.


"오~ 강아지를 닮았네. 이뻐요!"


동물형으로 제작된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지금부터 우리와 함께 지낼 겁니다. 상호 대화는 어렵지만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고, 표정과 몸동작에 반응합니다. 여러분의 생체 센서가 로봇과 연결되어 있어서, 신체의 변화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면 보호 모드가 작동하여 도움을 드릴 겁니다. 참고로, 태양광 자가 충전 방식이라서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꼭 먹이 주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마틴의 말에 사람들이 웃음을 보였다.


"참, 이름은 제제입니다. 사이좋게 지내세요."


마틴 설명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를 쳤고, 바 다로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이어갔다.


"5시간 후에 해가 질 겁니다. 지금부터 두 개 팀으로 나눠, 캠프 설치 장소로 적당한 지역을 찾아주시고, 이동하실 때 통신 채널은 항상 열어 두시는 거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두 그룹으로 갈려 출발했고, 스페어 셔틀에는 생물학박사 리즈와 분석 담당 강 여울이 남아 있었다.


"지구의 자연 진화와 너무 비슷해서 놀랍네요.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어요."


리즈가 말했다.


"뭐가요?"

"새처럼 날아다니는 생물들이 많고 종도 다양해 보이는데, 이 울창한 숲에 동물들이 안 보인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네요."

"우리를 보고 숨었나 보죠. 저라도 지구에서 외계인을 봤다면 숨었을걸요."


강 여울이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캠프 만들기에 적합한 장소가 정해지자, 시설담당 태 우연의 리드로 임시 숙소 설치가 진행되기 시작했는데, 통신 채널에서 리즈박사 목소리가 들렸다


"좋은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대기에서 샘플을 채취해 분석해 본 결과, 인간에게 해가 될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슈트를 벗어도 되지만, 감염방지 마스크와 장갑은 꼭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기분 좋은 표정이었지만, 불안을 떨치기 어려웠는지 슈트 벗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호기심 많던 토목건설담당 선 유준이 먼저 슈트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켜자, 그제야 나머지 사람들도 슈트를 벗기 시작했다.


티가든 b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밤을 보낼 임시숙소 설치를 마친 사람들은 보이시나에 대한 걱정을 잠시 내려놓은 듯 보였다. 소비오의 제안으로 대원들이 부러진 나무 가지를 모아 숙소 앞에 모닥불을 피웠다.

따뜻한 불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함께 저녁식사를 즐겼고,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구를 떠나온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편안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분위기가 무르익어 웃음소리가 커질 때쯤,

어둠 속 저편 어딘가를 지켜보던 제제의 패널에 빨간색 불이 들어왔고, 제제의 이상행동을 눈치챈 마틴이 말했다.


"제제, 왜 그래?"


반응이 없는 제제를 바라보며 마틴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람들의 대화가 서서히 줄어들었고, 제제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짙게 깔린 어둠 속 저 편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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