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의료용 캡을 쓴 선장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선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양보로 선장 휠체어가 중앙에 자리하자, 휠체어를 밀어준 닥터 피에게 선장이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선장은 모여 있는 사람들과 시선을 두루 마주치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머리가 좀 찢어지고, 뇌진탕 증세가 심했습니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싶어서 oh, my god! 했더니, 건강에는 전혀 이상 없으니 돌아가라고, 그러더라고요... 신께서.
그래서, 닥터 피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뇌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겁니다."
선장의 조크에 사람들이 웃음을 보였고, 무거웠던 회의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회의 내용은 모니터링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선택의 길이 적어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이지만, 분명한 건 희망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겁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희망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인류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보이시나를 지켜내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미션입니다.
지금부터 저를 포함한 엔지니어들은 보이시나에 남아, 티가든 b 중력권 탈출 방법을 찾아주시고, 파손수리도 함께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미션은 생존 캠프를 만드는 일입니다.
모선을 잃게 될 경우, 티가든 b에서 구조될 때까지 우리 모두가 장기간 버텨야 하는데, 나머지 인원들은 티가든 b에서 생존캠프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두 가지 미션은 이번 탐사 계획에 없던 돌발 변수라서,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 길 부탁드립니다."
선장은 앉은 채로 사람들에게 목례를 했다.
"구조대가 언제쯤 올까요?"
ET 컴퓨터 설비담당 소비오가 말했다.
"지구 쪽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원들 표정이 어두워졌고, 선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더 좋은 안이 있다면 몰라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지금부터 그룹을 나눠 2가지 미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T리더는 첫 번째 미션에 필요한 인원을 뽑아주시고, PT리더는 나머지 인원들과 티가든 b에서 두 번째 미션을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장의 뜻에 모두가 공감했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구시간 기준 30시간 후,
ET리더 마이클 모는 자신의 팀에서 4명, OT와 PT에서 최소인원 각 1명씩 차출하고, 선장과 본인을 포함 총 8명이 모선에 남기로 했다. 나머지 인원 14명은 스페어 셔틀을 이용해 티가든 b로 출발하게 된다.
조종석 창을 통해, 행성 티가든 b가 보였다.
"저것 봐! 지구 같아요."
모두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티가든 b를 바라보고 있었다. 셔틀이 티가든 b 대기권에 진입하자 선체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대원들의 표정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좌 우로 선회 비행을 하며 솜사탕 같은 구름을 뚫고 아래로 내려가니,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식물이 가득한 녹색 대지에 땅을 뚫고 솟은 듯한 눈 덮인 산들이 있었고, 유리처럼 투명한 강물과 파란 하늘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지금의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다로는 안전해 보이는 장소에 셔틀을 착륙시켰다.
"대기 바이러스 검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슈트는 계속 착용해야 합니다.
드론으로 주변 검색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선내에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5대의 드론이 셔틀 반경 5km를 수색하며, 문제가 될만한 게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이 상황을 모니터로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봐요! 새들이 많아요."
사람들은 티가든 b 자연환경에 매료된 것 같았다. 얼굴 표정에는 희망이 가득했고, 행복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아름답고 깨끗한 이 행성에는 인간에게 위협이 될만한 생명체가 없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