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08

by 진혁

중력 적응기간을 마친 바 다로가 우주센터를 나오며 모라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했다. 모라는 응답이 없었다. 일 때문에 바쁠 거라 생각했지만, 왠지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다로가 숙소에 도착하자 모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뭐야? 놀랬잖아! 언제 왔어?"

"일주일 전에. 보안 문제도 있고, 중력 적응 때문에 미리 연락을 못했어. 미안해"

"어디야?"

"숙소"

"일 끝나가니까 저녁 같이 먹을까?"

"그래"

"출발할 때 티키 할게"


모라 목소리에 서운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탐사 기간 5개월 내내 보고 싶었던 그녀를 만난다니, 다로는 설레기 시작했다.




다로는 침대에서 나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주에서 늘 그리웠던 풍경이었건만, 오늘따라 모든 것들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뭐 해?"


침대에 누워있는 모라가 물었다.


"응? 그냥..."

지나가는 차량 불빛이 반사되어 모라가 누워있는 침대에 떨어진다. 모라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홑이블 아래로 숨어있던 하얀 살결이 고개를 내밀며, 가려지지 않은 그녀의 볼륨감이 드러났다.


"왜 일어나?"

"그냥, 답답해서..."


다로는 모라의 어두운 표정이 신경 쓰였다.


"우리 오랜만에 그린돔에 갈까? 기분 전환도 하고, 신선한 공기도 마실 겸... 어때?"

"글쎄"


모라는 소파 위에 놓인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기 시작했다.


"가자"


바 다로가 내민 손을 모라는 잡지 않았다.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잠깐 머뭇거리던 다로는 라 앞에 앉으며 말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

"말해봐. 무슨 일 있어? 아니면... 때문이야?"

"오빠가 탐사 나가 있는 동안 내내 생각했어.

난 늘 혼자 있는 느낌이야. 일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혼자 있는 느낌이 싫어서 일에 열중했던 것 같아.

그런데, 이제는 오빠가 곁에 있어도 그래.

기다리는 날들이 너무 힘들고, 내 곁에 있어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 오빠를 보는 것도 힘들어"

", 다음 주에 나로 SC에서 인터뷰 있어"

"내 생각은 안 해? 바니문에 꼭 가야겠어? "

"......"

"오빠는 항상 그런 식이야... 난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이번에 행성 이주 선발대로 뽑히면, 글리제 832c에 나와 함께 갈 수 있어. 생각해 봐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지구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거야"

"가족을 두고 갈 순 없어! 지구를 떠나 낯선 곳에 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가더라도 지금은 아닌 것 같아. 나도 내 삶이 있어. 오빠만 기다리며 살 순 없어. 가려면 오빠 혼자 가"


모라는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숙였으나, 긴 머리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울지 마... 네가 우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다"


모라는 테이블 위에 있던 티슈로 눈물을 닦았다.


"이번에 가게 된다면, 지구에는 돌아오지 못할 거야."

"......"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 그리고... 미안해"


모라는 다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가. 나도 미안해..."


다로는 한동안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멀어져 가는 모라의 표정 없는 뒷모습이 자꾸 반복되어 생각나, 그녀가 걸어간 공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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