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문 바로 앞에 수사관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사관은 접견이 끝났으니, 문을 열어달라 보채듯이 말하고 있었다. 돌아선 교도관과 눈이 마주친 우 파재가 피식하고 웃으며 무전으로 무장 교도관들을 호출했다.
4명의 무장 교도관들이 접견실 앞으로 모이자, 교도관이 접견실 철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개방했다. 마루는 쇠사슬에 묶인 채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수사관은 문 방향으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교도관들이 접견실에 들어가 마루 이동을 위해 자리를 잡자, 우 파재가 들어서며 예리한 눈빛으로 접견실 내부를 둘러보았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우 파재는 개운치 않은 찜찜함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지만, 자신의 성격 탓이겠거니 생각하며 복도에서 수사관을 배웅했고, 수사관은 교도관을 따라 정문 쪽으로 향했다.
우 파재가 마루를 이동시키려고 접견실에 들어갔다. 이때 사고 나는 경우가 많아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기에, 무장 교도관들도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테이블 고리에서 마루의 쇠사슬을 풀려던 우 파재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마루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흉터...]
눈 밑에 없던 흉터가 보였던 것이다. 우 파재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칩 식별기를 꺼내 마루의 몸을 이리저리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 파재의 우려대로 칩 식별기가 아무런 시그널도 감지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마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우 파재는, 영문을 모르는 무장 교도관들을 두고, 다급하게 복도로 나가 비상벨을 작동시켰다. 요란한 벨소리가 수용소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는데, 그때였다.
접견실 안에서 폭음과 함께 강한 빛이 발생했다. 무장 교도관들이 강한 빛에 노출되어 눈을 뜨지 못하자, 마술사처럼 순식간에 쇠사슬을 푼 마루가, 아니 마루처럼 보이는 남자가, 무장 교도관 한 명을 반대편 벽으로 집어던졌고, 진압봉을 빼앗아 교도관들을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우 파재는 허리에 차고 있던 볼트건을 꺼내, 교도관들을 폭행하는 남자를 겨냥하며 강하게 소리 질렀다.
"멈춰!"
움직임을 멈춘 남자가 서서히 몸을 돌려 소리친 우 파재를 똑바로 쳐다봤다.
"너, 누구야?"
우 파재의 물음에 남자는 비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순간, 진압봉이 우 파재를 향해 날아왔고, 우 파재는 반사적으로 볼트건의 방아쇠를 당긴다.
섬광이 번쩍거리며 번개 같은 빛이 발사되어 남자 몸에 흡수되자, 남자는 몸이 나무처럼 굳어버린 채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진압봉이 바람개비처럼 원을 그리며, 볼트건을 들고 있는 손을 스치고 관자놀이 위 쪽에 맞아, 우 파재가 정신을 잃게 된다.
접견실에서 사람들이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의무실장은 정신이 든 우 파재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우 파재는 대답 대신 제스처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현기증에 몸이 휘청거렸으나, 손으로 벽을 짚으며 정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정문 쪽도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는데, 모든 문이 개방되어 있었고, 경비 근무자들은 사방에 쓰러져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어 든 우 파재가 정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마루는 보이지 않았으나, 보급선 한 척이 급하게 선착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우 파재는 달아나는 보급선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무전으로 어딘가를 호출하고 있었다.
"코드 3 발생! 지금 캠프를 빠져나가는 흰색 보급선이 목표물이다. 확인 바란다."
"확인했다"
"보안코드 B.C.1.7.2.2. 목표물을 제거하라!"
"로저"
갑자기 하늘 어딘가에서, 붉은색 광선이 보급선 위로 떨어지며 큰소리와 함께 폭발해 버렸다. 바다에서 불타고 있는 보급선의 잔해들을 바라보며 우 파재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 파재 뒤로 열려있던 철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 뒤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사관 복장을 한 마루였다.
짙은 선글라스 너머로 마루의 흰색 눈동자가 우파재를 노려보고 있었다.
옆 강의실에서 비상 문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몇몇이 고개를 들었고, 전체 강의실에서 그 소리가 들리자, 학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 무슨 소리야?"
"비상 문자가 왔어"
[AO수용소 화이트 캠프에서 수용자 188명 전원 탈출하는 사건 발생. 안전에 유의하시고, 수상한 자를 보시면 국가안보국으로 신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