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체로가 문을 열었다.
"수아 씨!"
"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마침 카페인이 부족했는데, 커피 괜찮으세요?
"네, 좋아요."
둘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나 체로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나 사물들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경험을 했어요. 마치 동영상 재생 속도를 조정한 것 같았죠. 설마 벼락 맞은 것과 관계가 있을까요?"
"벼락 맞은 티 나네요"
"네?"
수아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정신을 잃으면 안 돼요. 나 체로씨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니까."
"그게 무슨 말이죠? 수아 씨를 보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아는 게 있다면 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숨긴다고 가려지는 게 아닐 거예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궁금해하는 걸 알게 될 테니..."
나 체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풀리지 않는 매듭을 손에 쥔 느낌이랄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새 울음소리 같았는데, 매우 기분 나쁜 소리였다. 나체로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이상한 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갑자기 실내에 있던 모든 것들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순간 사라져 버렸고, 나 체로는 벼락 맞았던 장소에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비가 내렸고, 수아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그날과 같았다. 나 체로는 놀란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그보다 더한 상황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공간이 종이처럼 찢기며 모습을 드러낸 어두운 생명체... 아니, 생명체라기보다는 그림자에 가까웠는데, 사람 같은 형상에 검은 아지랑이가 오르는 듯 괴이한 모습이었다. 나 체로는 너무 무서워 뒷걸음질 치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나 체로 앞에 나타난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수아 씨!"
수아는 허공에 손을 뻗어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팔을 휘저으며 바닥에 있는 돌들을 모아, 사방이 막힌 벽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구조물 속에 괴생물체를 가둬 버렸다. 어떻게 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위기를 모면했다는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수아에게 이 상황을 묻고 싶었지만, 견고해 보였던 구조물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에, 다급해진 두 사람은 일단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몇 걸음 가지 못하고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무너진 벽 구조물 잔해 속에서 나온 그것은, 섬찟한 눈으로 나 체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05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