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

05

by 진혁

"리퍼!"

"리퍼?"

"저건, 죽음의 사자예요"


리퍼는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 올 기세였고, 수아는 어떡하든지 막아야 했다.

수아의 손 끝에서 일어난 불이 주변으로 번지며 삽시간에 길을 막아 버렸다. 거세게 일어나는 불기둥 때문에 리퍼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해도 이 불길을 뚫고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불이 아닌, 땅을 뚫고 올라온 리퍼가 나 체로의 발목을 잡고 땅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나 체로가 놀라 넘어지며 소리를 질렀고, 수아는 땅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나 체로의 손을 잡아끌었지만, 힘이 부족해 그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곁에 있어!, 포기하지 말아요."


죽음의 공포 앞에 놓인 나 체로에게 수아는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외쳤지만, 그 소리가 닫기도 전에 나체로는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나체로는 어두운 땅 속에서 스물 거리는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숨이 없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할 수 있지?

나는 죽은 것인가? 아니면 살아있나?]


그렇게 아무런 느낌이 없던 그에게 어딘가에서 전해오는 울림이 있었다. 나 체로는 수아의 외침을 들었던 것이다.


[내가 곁에 있어, 포기하지 말아...]


그래, 이유도 모르고 이렇게 사라져 갈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날 위해 저리도 애절한데...

깊은 곳의 울림은 강렬하게 나 체로를 각성하게 했고, 환한 빛이 되어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그를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나 체로는 비로소 모든 것을 알게 된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은 현실 세계가 아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도, 고통이나 쾌락도, 기쁨이나 슬픔도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땅 속에서 리퍼가 다시 나왔으나, 나 체로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리퍼는 검은 연기로 바뀌더니, 토네이도처럼 강한 회오리를 일으켰고, 회오리의 눈이 수아를 향하고 있었다. 나 체로가 막아보려 했으나, 이미 수아는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땅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 체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변은 사람들로 분주했고,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눈에 불 빛을 비추고 있었다.


"환자분 괜찮아요? 여기 보세요. 이름이 뭐예요?"

"나... 체로... 여기가 어디죠?"

"병원 응급실이에요"


나 체로는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몸에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분 바이탈사인은 정상 수치를 보이고 있고, 의식도 돌아왔지만, 여자분 상태가 좋지 않아요"

"일단 호흡은 돌아왔으니까 인공호흡기 삽관해서 지켜봅시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나 체로는 응급실에서 대화하는 의료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옆 침상에 누워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된 나체로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환자들 중에 어렵게 숨을 쉬고 있는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고, 환자 이름 오 수아라고 적혀있는 명찰이 나 체로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깨어났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중환자실 간호사를 통해 듣게 된 이야기는 그녀가 응급실에 왔을 때 이미 코마였고, 맥박은 있었지만, 자가 호흡이 어려웠다고 했다.

분명 대화까지 나눴는데, 코마상태라니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나 체로를 혼란스럽게 했고, 자신도 벼락에 맞았다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나 체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중환자실에 올라가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사경을 헤매는 그녀를 지켜보곤 했는데, 그런 그를 불러 세운 사람이 있었다. 수아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중년의 여성은 간호사들에게 벼락 맞았을 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고, 나 체로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밖에서 눈치 보지 말고, 수아가 걱정되면 중환자실에 들어오세요"


수아 가족의 배려로 나 체로는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중환자실에서 누워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 체로는 울컥 눈물이 났다. 이유는 몰랐지만, 그녀에게 향하는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나 체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06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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