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

06

by 진혁

"내가 곁에 있어요... 포기하지 말아요"


왠지 이 말을 꼭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하루빨리 깨어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오늘 퇴원합니다. 저 혼자 나가게 돼서 너무 죄송해요."

"죄송하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고, 우리 수아도 곧 깨어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네, 가끔 수아 씨를 보러 왔도 될까요?"

"그럼요."


수아엄마는 애써 웃어 보였지만, 병원을 나서는 나 체로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나 체로가 가고 난 뒤, 수아에게 연결된 심전도 측정기의 맥박 수가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수아의 손끝에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고, 수아가 눈을 떴다.




수아에게는 남들과 다른 능력이 있었다. 수아 자신은 그것이 특별하다 생각하지는 않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던 것 같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어린 수아는 집이나 놀이터에 가는 것처럼, 타인의 무의식 속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친구 나나의 꿈속에서 자주 놀았던 수아는 나나와 함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나나가 깊은 물속에 빠져 버리는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겁에 질린 수아는 물속에서 버둥거리는 나나를 그대로 놔둔 채 꿈속에서 도망치듯 나와 버린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수아가 나나의 집 앞에서 앰뷸런스를 보게 되고, 나나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의식 불명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의사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진행하지 못했고, 나나는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한 달을 넘기고 있었다.

나나가 보고 싶었던 수아는 용기를 내서 나나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나의 무의식 세상은 물놀이를 했던 그날에 멈춰져 있었다. 수영장엔 아무도 없었고 얼어붙은 듯 적막했다. 수아는 나나를 애타게 불렀지만 그 어디에서도 대답은 없었다. 그러다, 물속에 있는 나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나는 축 늘어진 채로 물속에 잠겨 있었는데, 물에 들어가기 겁이 났던 수아는 최대한 손을 뻗어 나나의 머리카락을 잡아 물 밖으로 끌어냈다. 수아는 나나를 흔들어 깨웠고, 한동안 반응이 없던 나나가 다행히 눈을 떴지만, 수아는 나나의 무의식에서 튕겨져 나오게 된다.

다음날, 병원에 있던 나나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만, 그날 이후로 나나를 볼 수는 없었다. 수아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고, 자신의 저주받은 특별함을 숨기고 살아가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비 내리는 거리를 걷던 수아에게 벼락이 떨어진다. 근처 카페 안에서 그걸 본 남자가 수아에게 달려왔고, 심정지 상태였던 수아를 살려낸다. 정신이 든 수아는 자신이 벼락에 맞았다는 사실과 그 남자 덕분에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이 이번에는 그 남자를 쓰러뜨린 것이다.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무의식으로 들어가게 된다.




나 체로가 퇴원하고 다음 날, 수아엄마로 부터 수아가 깨어났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나 체로는 너무 기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수아를 만나기 위해, 나 체로는 병원으로 향했지만, 일반 병동으로 옮겨진 것을 몰랐기 때문에 한동안 병원 안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중환자실 간호사를 통해, 일반 병동 401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401호 병실 문을 열고 나오는 수아엄마와 마주친 나 체로는 반갑게 인사를 했고, 수아엄마는 경황이 없어서 옮긴 병실을 미리 알려주지 못했다고 미안해했다.


"잠깐만요. 수아에게 체로씨 왔다고 말할게요"


수아엄마는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왔다.


"들어가 보세요"

"네"


나 체로는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수아가 얼굴에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아 씨"

"네, 안녕하세요. 체로 씨"


두 사람은 재밌는 일도 없었는데,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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