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

01

by 진혁

육지에서 55km 떨어진 바다 위에 화이트 캠프라는 AO(인공 생명체) 수용소가 있었다. 이곳은 인간 증오 범죄에 연루된 AO를 수감하는 시설로, 한번 들어간 AO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올 수가 없었기에, AO 무덤이라는 별칭까지었다.

이 화이트 캠프에 흰색 보급선 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장한 경비 근무자들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검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문 한쪽에 쪽문이 열리며 안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강직해 보이는 인상, 머리에 왁스를 발라 정갈하게 빗어 넘긴 남자는 검은색 근무복을 착용했고, 가슴 우측에 보안실장 우 파재라는 명찰이 있었다.

그는 경비 근무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 같았고, 접안하는 보급선을 지켜보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배에서 보급품이 내려지는 중에, 비즈니스 백팩을 어깨에 맨 남자가 내리고 있었다. 트렌치코트에 스냅백을 눌러쓴 건장한 남자는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자신에게 다가선 경비 근무자들에게 신분증명서를 내밀었다. 경비근무자들은 태블릿으로 검찰청 공문 내용을 확인하며,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 보라고 말했고,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었다.

검은 눈썹, 검은 눈동자, 눈 밑 흉터, 거칠어 보이는 인상의 남자는 검찰청 소속 수사관이었다.

신분이 확인된 남자에게 경비 근무자가 정문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도 남자의 몸수색이 진행되었고, 이상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나서야, 본관 철문이 열렸다. 안에서 모니터를 보며 대기 중이던 우 파재가 검찰청 수사관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보안실장 우 파재입니다. 자, 이쪽으로 가시죠."

수사관은 우 파재를 따라 긴 복도를 걸었다.


"검찰청 수사관께서 먼 이곳까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수사 때문이죠."


무표정에 단답형 말투였다.


"아, 그렇군요. 제가 매사에 조심스럽다 보니, 확인하는 버릇이 있어서..."


잠시 정적이 흘렀으나, 우 파재가 혼잣말하듯 이야기를 꺼냈다.


"전해 들어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화이트 캠프에는 한 가지 없는 것이 있습니다."


수사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직까지 단 한건의 수용자 탈출이 없었다는 거죠. 물론 시도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물고기 신세가 되었죠."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접견실이었다. 교도관이 접견실 철문을 열자, 우 파재는 수사관을 보며 안으로 들어가라 손짓했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검찰 수사관이 두리번거리며 접견실 안으로 들어가자 교도관이 철문을 닫았다.

기다림이 지루해질 때쯤, 밖에서 여러 사람들의 발소리와 쇠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커덩하는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나며 접견실 문이 열렸고, 여러 명의 무장 교도관들에게 감시를 받으며 한 수용자가 들어왔다. 순간, 접견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흰색 눈동자 AO (유전자 변형 생명체)였다. 살기가 느껴지는 AO는 오렌지색 캠프복을 입고 있었고, 손과 발이 쇠사슬로 묶여 있었는데, 발목에 묶인 쇠사슬 길이가 짧아서 종종걸음으로 테이블에 다가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교도관이 테이블 중앙에 있는 강철 고리에 팔이 묶인 쇠사슬을 고정했다.

우 파재는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더니, 다른 교도관들과 함께 접견실 밖으로 나갔다. 접견실 천정에는 2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접견실 내의 모든 행동과 대화는 모니터를 통해 교도관들이 지켜볼 수 있었다.

검찰청 수사관은 그 AO를 '마루'라고 불렀다.

마루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인류사 박물관 테러사건의 주동자 중 하나였고, AO테러조직을 이끌었던 보스였기에, 죄질이 나쁜 1급 AO로 분류되어 있었다.

검찰청 수사관은 인류사 박물관 테러사건에 대해 질문을 했고, 마루는 별다른 저항 없이 답변을 하고 있었다. 수사관의 질문은 30분 정도 계속되었고, 마루 또한 질문내용에 대해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우 파재 보안실장이 말했다.


"뭐가 말입니까?"

"미동이 없는 것도 그렇고, 같은 질문을 또 하는 것도 그래."

"같은 질문이라고요?"

"아무래도 확인해 봐야겠어"


모니터링하며 수상함을 느낀 우 파재와 교도관이 접견실로 향했다. 접견실 앞에 도착한 교도관이 안을 확인하기 위해 눈높이 쪽문을 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0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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