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

03

by 진혁

누군가 문 밖에서 노크했다.


"누구시죠?"


문 너머에선 응답이 없었다. 잘 못 들은 줄 알고 돌아서려는데, 다시 들리는 노크 소리가 나 체로를 붙잡았다. 현관문 외시경 속에는 고개 숙인 여자가 서 있었다.


"누구시죠?"


나 체로가 문을 열고 여자에게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요?"

"네? 무슨 말이죠."

"벼락 맞았잖아요."

"누구세요?"

"그때 같이 있었는데, 기억 안 나요?"


[아! 그 여자구나.]


"들어오세요."


여자가 의자에 앉았다.


"그때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그쪽이 벼락에 맞아 쓰러진 절 도와줬어요."

"제가요? 벼락에 맞은 것은 난데..."

"그건 그 후에 생긴 일이었죠. 정말 기억이 안 나는군요."


나 체로는 벼락 맞기 직전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멍청이가 된 기분이랄까?


"저는 나 체로입니다. 이름이?"

"수아... 오 수아. 혹시, 이곳에서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하셨나요?"

"? 이상한 거요? 글쎄요..."

"네"


여자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아가 가고 난 뒤, 여성 참가자 프로필 파일을 열어 본 나체로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여성 참가자 프로필에 오 수아는 없었기 때문이다. 참가자가 아니라면 이곳에 어떻게 왔지?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고? 하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영상프로필 호감도를 참고로 런치 매칭 상대가 정해졌다. 선택이 안 됐거나, 미룬 사람들은 랜덤으로 상대가 정해졌다고 캠프 운영자는 설명했다.

나 체로의 상대는 귀엽고 애교 많은 스타일의 여자였다. 자신을 소희라고 소개한 여자는 말수가 없었던 그와 달리,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주저리 이야기 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되었다.

갑자기 들리는 고함 소리!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웅성대기 시작했고, 험악한 분위기의 남, 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여러 차례 삿대질이 오갔고, 남자가 여자의 머리칼을 움켜쥐더니 신경질적으로 흔들어 댔다. 악에 받친 여자가 남자의 옷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남자는 여자를 때리기 시작했는데, 이상했던 것은, 캠프 스태프들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도 남자를 말리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나 체로는 캠프 스태프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규정상 캠프 내에서 발생하는 남녀 문제에 대해, 절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무슨 그런 엉터리 규정이... 나 체로에게 이들의 분쟁 사유는 중요치 않았다. 단지, 강자의 폭력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그런 남자의 폭력을 막아야겠다는 일념에서 그들 사이에 적극 개입하게 되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남자가 급기야 의자를 들어 나 체로에게 힘껏 던졌다. 나 체로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지만, 의자가 생각보다 천천히 날아왔고, 날아오는 형태도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에 의자를 막으려다 말고 한 손으로 잡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지? 놀란 것도 잠시, 약 오른 남자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며 죽일 듯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나 체로에게는 그의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 하나하나를 가볍게 피하며, 마치, 음악 없이 춤추는 댄서 같기도 했고, 무대 위 마임쇼 같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혼자 지쳐 힘이 빠진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주저앉았고, 사람들은 나 체로에게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0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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