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죄수가 들어오고 있었다. 얼굴에는 자루를 눌러썼고, 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 모습이 Friday the 13th에 나오는 제이슨처럼 괴이했기에, 서류내용을 확인하던 심사관들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휠체어가 심사실 중앙에 자리하자, 심사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얼굴에 쓰고 있는 게 뭡니까?"
죄수는 손을 더듬거리며, 얼굴에 쓴 자루를 벗기 시작했고, 백발의 마르고 노쇠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남자는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네?"
"햇빛 알레르기라고 하네요"
옆에 있던 심사관이 말했다.
"지금은 괜찮습니까?"
"네, 실내라서요."
심사장이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수번호 3하 5308 차 바오 가석방 적격 심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차 바오 본인 이름 맞습니까?"
"... 네"
백발의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3하 5308 차 바오,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차 바오?"
"......"
"심사에 불이익이 될 수 있으니 답변하세요."
심사장이 안경 너머로 차 바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래된 일이라서 이제는 기억도 희미하네요."
차 바오가 힘겹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갔어도, 나는 여전히 그날에 머물고 있습니다. 내 인생이 기구해 억울하고 화도 났지만, 이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었죠.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날의 일을 막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잃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991년, 겨울 저녁
"며칠 전, 기도실에 커다란 박쥐가 들어왔어."
"어머! 무섭게..."
소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기도실 창을 열어 두고 나가길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가질 않는 거야. 신경이 쓰여서 기도를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요?"
"그래서, 장갑을 끼고 박쥐를 손으로 잡아, 창밖으로 날려 보내려고 하는데, 녀석이 내 손가락을 물었어. 날카로운 이빨이 가죽을 파고들었지. 상처가 깊었던 것 같아. 바닥에 피가 떨어지고 있었어. 나는 박쥐를 창밖으로 던지고, 급한 대로 손을 수건으로 감았지. 그러고 돌아서는데 창 밖으로 날려 보냈던 박쥐가 다시 들어와 있는 거야. 녀석은 바닥에 떨어진 내 피를 핥아먹으며 날 노려보고 있었어.
나는 바로 기도실을 나와 사택에 갔는데, 몸에서 열이 나고 아파오기 시작했어. 쓰러지듯 침대에서 잠이 들었던 것 같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밤이었어. 이상했던 것은, 전등을 켜지 않았는데, 방 안이 잘 보이는 거야. 마치 사물들이 스스로 빛을 내는 것 같았어. 더 이상했던 것은 타는 듯한 목마름과 배고픔이야. 물을 먹어도 갈증이 없어지지 않았고, 배가 고파도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어. 구역질이 나서 며칠을 굶어야 했지.
하지만, 이제 먹고 싶은 게 생겼어. 참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먹고 싶어."
"그게 뭔데요?"
"피... 그 박쥐처럼 피가 먹고 싶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신부가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그것을 본 소녀는 검은색 가방에서 문구용 칼을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베었다.
"아!"
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증! 미간이 찌푸려진 소녀의 하얀 손가락에 빨간색 피가 방울 맺히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이거 드세요"
피를 본 순간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아찔함이 느껴졌다. 비린 피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 타는 갈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머뭇거리던 차 바오는 자신도 모르게 소녀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를 핥았다. 피 맛을 본 차 바오의 몸 안에서 제어할 수 없는 짐승의 본능이 깨어나 더 많은 피를 갈구했다. 차 바오는 소녀의 목을 물고, 혈관을 찢어 더 많은 피가 흐르게 했다. 처음 겪는 아픔과 공포에서 벗어나려 소녀는 발버둥을 쳤지만, 그럴수록 더욱 강한 힘이 조여 오고 있었다. 몸에서 힘이 빠지고, 고통이 무뎌질 때 즘, 소녀가 나지막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눈이 예쁘게 내려요. 저는, 신부님이 될 거예요. 미자 수녀님이 자매는 신부가 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신부님이 되고 싶어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신부님이 될 거예요."
소녀의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차 바오는 자신의 행동이 너무 창피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는 괜찮아요."
소녀의 따뜻한 미소에 격한 감정을 느낀 차 바오는, 먹었던 피를 토해 내며 고통스러워했다. 창백해진 얼굴에 입술까지 파래진 소녀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고, 흰 눈이 쌓인 소녀의 주변은 온통 붉은 피로 흥건했다.
"심사장님, 보기에도 너무 쇠약해서 더 이상의 복역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도 가석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음... 알겠습니다. 가석방 진행하기로 하고, 정부지원 요양병원 입원 절차도 밟도록 하죠."
"그렇게 하시죠"
심사관들의 동의로 심사가 마무리되었고, 가석방 승인서류에 모두가 사인을 했다.
"죄수번호 3하 5308 차 바오 가석방 승인합니다."
0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