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날은, 지금처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 시설이나 온라인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밖에서 뛰어다니는 놀이를 했었다.
특히, 공놀이를 좋아해서 국가대표 한. 일전 경기 다음 날엔 어김없이 동네 아이들과 함께 골목에서 편을 나눠 축구를 했었다. 축구공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서 축구공 대신에 비치볼을 가지고 놀았지만, 비치볼이 가벼워서 몸이나 얼굴에 맞아도 아프지 않았고, 약간 비껴 차기 하면 휘어지는 궤적으로 날아가는 게 신기해서, 아이들은 바나나 킥이라고 부르며 좋아했었다.
동네 축구가 다 그렇듯, 공을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차다 보면, 공이 엉뚱하게 남의 집 담을 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날이 그랬다. 하필, 내가 찬 공이 담을 넘어 남의 집 지붕 위에 올라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버거를 먹다만 느낌!
한참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모두가 찬물에 맞은 듯 재미가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이도 보였다. 지붕에 걸린 공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공이 넘어간 집은 지대가 낮은 곳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래서, 담이 낮았고, 슬레이트로 만들어진 지붕이 담과 붙어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담장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공이 걸려있는 곳까지 어렵지 않게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는 높이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고, 슈퍼맨처럼 붉은색 망토를 두르고 뛰어내리는 놀이도 재밌어했기 때문에, 높은 곳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던 것 같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벽에 난 구멍을 사다리 삼아, 담을 넘어 지붕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생선뼈 같은 슬레이트 지붕 가운데 모서리를 따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험해, 엄마가 높은 곳에 올라가지 말랬어!"
힐끔 돌아보니 산에 걸린 달처럼, 아이들 얼굴이 담장 위에 둥둥 떠있었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인싸기질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 시선에 우쭐하여, 나는 보란 듯 더 과감해지기 시작했고, 지붕이 보기에도 얇고 비탈져 위험했지만, 나는 겁 없이 다가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푸른 하늘과 빨간색 지붕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주변이 불 꺼진 방처럼 어두워진 것이다. 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어둠 속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아줌마가 뒤로 자빠지며 괴상한 소리를 질러댔는데, 영화 스타트랙에서 순간이동 장치에 들어간 것처럼, 주변환경이 오버랩되어 보인 것이다. 커다란 고무 대야에 빠져있던 내게, 구멍 난 천정에서 스포트라이트처럼 한줄기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비로소, 지붕을 뚫고 떨어졌다는 것을 인식한 나는, 톰에게 쫓기는 제리처럼 재빠르게 출구 쪽으로 향했고, 뒤에서는 아줌마의 악에 바친 고함소리가 올가미처럼 날아왔지만, 나는 그 소리보다 빠르게 달아나고 있었다. 본능에 이끌리듯 내 다리는 이미 집 방향을 향해 내달렸고, 물에 빠진 생쥐처럼 흠뻑 젖은 상태로 집안에 숨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던가?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 아줌마다]
문을 열어 준 할머니에게 흥분해서 뭐라 이야기하며 옥신각신 하는 거 같았는데, 그 상황에 우습게도 나는,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나갔는지 주변이 잠잠해졌고, 긴장이 풀어진 나는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잠결에 어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참! 누굴 닮아서 유별난지... 가보니까 천정이 뻥 뚫려있고, 김칫독이 다 깨졌더라고... "
"그래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죠. 돈은 며칠 내로 준비할 테니까 좀 기다려달라고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