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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Nov 18. 2024

여왕벌 전투

12 낙하

모두가 가버린 빈 공간에 앉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과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가득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공허한 기억만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에게 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배는 참담하기까지 했다.

7 : 0

충격적인 배의 증거였고, 설레는 마음으로 도전했던 신생팀이 감당하기에는 대미지가 큰 점수차였기에, 커다란 벽을 맞닥뜨린 것처럼, 의욕은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5개월 동안 그 흔한 맛집이나 카페 한번 가보지 못하고 오직 훈련에만 전념했었는데, 이런 비참한 경기 결과를 냈다니,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야 얼굴 들기가 부끄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미야, 괜찮아?"

"민지구나. 안 괜찮네."

"경기장 소등해야 한데, 이제 가자."

"공격수인데..."

"뭐?"

"공격수인 내가 한 골도 못 넣었다는 게 너무 창피하고, 너희들한테 너무 미안해."


아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야! 우리들 중에 너한테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우리 모두 최선을 다 했으면 된 거지. 네가 이러면 골키퍼인 나는? 뭐, 빨래 줄에 목이라도 맬까? 빨랫줄 어디 있어?"


민지의 엉뚱한 행동에 아미는 피식 웃음이 났다.


"알았어. 갈게. 하여간 넌 못 말려!"

"배고파 죽겠어. 빨리 가자"


FC파란펭귄과 FC앵그리걸의 경기가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세상은 이 경기를 너그럽게 봐주질 않았다. 너튜브 개인채널과 인터넷 매체에서는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 마냥 끈질기게 물어뜯었고, 감독 교체론까지 터져 나오며 이슈가 될만한 먹잇감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너희들이 진 이유가 뭔지 알아?"


무거운 분위기를 보이는 선수들에게 강감독이 말을 꺼냈다.


"너희가 신생팀이라서? 아니면 훈련이 부족해서? 너희는 지난 5개월 동안 정말 치열하게 훈련했어. 너희도 알잖아. 이미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경기 중에는 어떤 팀이든 골을 먹을 수 있어. 그게 축구야. 골을 먹었다고 시합이 끝난 거야? 승패는 경기 시간이 모두 끝나야 결정되는 건데, 너희들은 골을 먹을 때마다 주눅 들고 의욕을 잃어 갔어. 잘 생각해 봐, 아니야? 7:0이라는 숫자에 다 나와 있는데!. 너희들에게 근성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몸이 사자면 뭐 해. 배고프지 않은 걸. 한 대 맞았다고 싸우지 않을 거야? 두 대 맞았다고 싸움을 포기할래? 한 대라도 때리겠다는 근성을 가지고 달려들어야지. 이번 경기 결과는 창피해서 말하기도 부끄럽고,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어서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음 경기에도 이런 정신으로 나갈 수는 없어. 다들 정신 차리자. 엄코치, 나코치 훈련 시작해."


경기가 끝나면 보통 회복 기간을 갖기 마련이었지만, FC파란펭귄은 오히려 체력 훈련 시간을 늘렸고, FC드래건아이 경기를 대비한 전술훈련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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