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자. 모두들 수고했어."
"네, 코치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엄코치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보다도 파란펭귄의 첫승을 기대했을 텐데, 그 기대가 무색해져 버릴 만큼 지고만 경기. 지난 1차전의 패배에서 느껴야 했던 억울한 감정이, 2차전 패배에서는 느끼 지지 않았지만, 이길 수 없다는 무력감에 우울한 감정을 느껴야 했고, 조금만 더 뛸걸,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뒤늦은 후회와 미련만이 남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시범경기에서 터진 첫 골은 매우 귀중한 순간이었고, 열정불꽃 같은 강팀을 상대로 0패를 면했다는 것이, 현재로선 위로 아닌 위로가 되었다.
[나야]
[그래 민지야, 별일 없지? 밥은 잘 먹고?]
[밥이야 잘 먹고 있지. 근데 또 졌어.]
[알아. 고생했어. 질 때도 있는 거지 뭐.]
[내가 골키퍼잖아. 나 때문에 진 것 같아서 속상해.]
"그렇게 속상해?"
"깜짝이야!, 뭐야 너."
"나 아까부터 있었거든."
"엄마,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끊어. 그래서 고양이처럼 엿듣고 있었냐?"
"야, 내가 뭘 엿들었다고 그래. 그냥 방에 들어왔을 뿐인데. 배고프지 않냐?"
"저녁 먹었잖아. 배에 거지가 들었구먼."
"시합만 하면 져서 그런지. 먹어도 허전하네. 히히"
"1차전 졌을 때는 질질 짜더니, 오늘은 멀쩡하시네요."
"야, 그러지 말고 뭐 먹자."
"나 피곤해 잘래."
"치사하다. 치사해. 싫음 말아라"
아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향했다.
"야! 코치님이 일찍 자라고 했잖아. 어디가?"
"상관 마셔! 바른생활아줌마."
"저게!"
아미는 훈련장으로 나와 뛰기 시작했다.
"뭐 좀 먹고 뛰려고 했는데, 오늘은 그냥 하자."
FC열정불꽃을 상대로 파란펭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아니, 최선을 다했다는 말보다 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후반전 플레이에서는 다리에 쥐가 나는 선수가 많아질 정도로 쉼 없이 뛰었고, 그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는 횟수가 잦아질 정도였다. 한마디로 경기를 이기기 위해 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은 것이다.
벽 앞에 서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두 경기를 모두 지고 나서야 아미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3차전도 지면 어쩌지? 4차 전은? 정규 리그에서도 지면 어쩌지? 애들 모두가 이겨보려고 그렇게 발버둥 쳤는데, 이길 수가 없다니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지? 아미는 자신의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는 두려움 때문에 편히 쉴 수가 없었다.
15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