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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by 로도스로

“참 얄궂다.”

고혁두는 하늘은 올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쨍쨍했는데, 어느새 몰려온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인생도 참 얄궂다.”

자연스럽게 그날이 떠올랐다.


고혁두는 그날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고생만 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비친다고 생각했다.

‘이제 꽃길만 걸어보자. 아니 꽃길로는 부족해. 비단길, 황금길 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한순간에 무너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와르르 붕괴했다.


빗방울이 떨어졌다. 고혁두는 앞에 세워져 있던 차로 걸음을 옮겼다. 고혁두의 차는 출고한 지 2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낡은 SUV 차량이었는데, 성한 곳이 별로 없었다. 범퍼 아래는 스크래치가 가득했고 뒷문 쪽은 움푹 들어가기까지 했다.

새똥도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차량 관리가 전혀 안 된 상태라, 얼핏 보면 누가 버리고 간 차 같기도 했다. 차에 탄 고혁두는 보조석에 벗어둔 외투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에는 5만 원짜리 1장과 1만 원짜리 3장이 들어있었다. 이 정도면 이틀 정도는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지갑을 반으로 접기 전 고혁두의 시선이 지갑 속 사진에 꽂혔다. 사진 속 여성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고혁두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두 사람의 뒤로 높고 네모난 건물이 보였다. 대한민국 검찰의 핵심인 서울중앙지방검철청이었다. 고혁두가 청운의 꿈을 안고 검사 생활의 시작했던 곳이자 급작스럽게 마침표를 찍었던 곳.

사진을 보고 있는 고혁두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혁두는 핸들에 고개를 숙였다.

“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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