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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데우스 Mar 29. 2024

새 출발

브런치 노크 

수원 곡정초등학교 입학식


3월은 봄의 시작이고, 새 학기의 시작이다.

spring처럼 튀어 오르는 만물의 기지개

꽃샘추위가 있더라도 봄은 봄이다.




해가 바뀌는 1월은 그냥 겨울의 연장이다.

그렇지만 새해 일출을 보려는 인파가 새벽길을 시장통으로 만들곤 한다.

날마다 해가 뜨는데 유독 왜 새해 일출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


시간은 인간이 만든 가장 공평한 잣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자에게도 가난한 이에게도 주어진 하루 24시간은 같다.

해가 바뀌면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


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욕망과 기대를

새해일출을 보면서 다짐하려는 뜻도 많을 것이다.

겨울과 겨울 사이의 구분도 이렇게 큰 뜻이 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는 봄의 기대는  

새해의 기쁨처럼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음미하며 슬그머니 미소를 띠는 기쁨이 아닐까


그런 의미를 확대하는 내 처지가 그렇다.

다리에 박혔던 철심을 제거하거도 하루 1만 보를 거뜬히 걸었는데

롱밴드, 반깁스, 쿠션신발까지 벗었더니 아기 걸음마라니


마치 신발을 벗고 처음으로 맨발로 걷는 느낌이라면 딱 맞을 것 같다.

언젠가 서귀포휴양림 산책길에서 신발을 벗고 처음으로 맨발로 걸었는데

발바닥의 따가움과 찌르는 통증을 참지 못해 다시 신발을 신었지 않은가


무장 해제된 다리의 걷는 느낌은 처음 시도한 맨발 걷기보다 더한 아픔이다.

맨발 걷기는 적응의 문제지만,

무장 해제된 다리의 걷기는 재활과 적응의 두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천천히 보폭 30~40cm 정도로 살금살금 걸었다.

어느 순간 무릎과 다리를 관통하는 번개 같은 통증이 섬찟하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계속되는 통증


혹시나 누구라도 부딪칠까 봐 경계하며 걷는다.

마치 번데기에서 탈피한 후 채 움직이지 못하는 나비가

혹시라도 들이닥칠 천적의 눈을 경계하는 것처럼




이제부터 내 본래의 다리로 진정한 재활이 시작된다.

아픈 발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

갓 입학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부모의 손을 잡고 학교를 나서고 있다.


  나도 걸음마 출발, 저 초등학생들도 출발

3월, 이제부터 정말 기지개를 켜고 스프링처럼 일어서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를 노크했고, 쫑긋해진 귀로 기다리는 시간이다.


(2024-03-03)




제주 1100도로 벚꽃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다.

그 지루함을 참고 참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라는 연락이 왔다.


또다시 신청했다.

그러나 또다시 "안타깝게도"를 연락받았다.

그러다가 다리 수술병원에서 철심제거 후 최종 통원치료를 받았다.


1달간의 수원생활을 마치고 다시 제주에 내려왔다.

설 쇠러 수원에 왔다가 엉겁결에 철심을 빼느라 1달을 더 수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장아장 아기 걸음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의 걸음을 흉내 내고 있다.


그러면서 꽃을 찾으랴 다리 재활하랴 정말 바쁘게 3월을 보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집에 갇혀 있었다.

그 시간을 이용해 다시 브런치에 노크했다.


제주의 3월은 겨울보다 더 춥다.

3월에 겨울 옷차림으로 밖에 나가도 덥지 않다.

오늘은 드라이브길에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았다.


올해는 유난히 더 추웠는지 작년보다 늦게 벚꽃이 피었다.

이제야 추위가 가시고 나무꽃이 피는 봄이 온 것 같다.

브런치에서 "안타깝게도"가 아닌 연락이 온 것처럼


4월 1일은 낙상사고 2년째 되는 날이다.

제주살이가 슬기로운 은퇴생활이라 여겼었는데

다리 골절에 새끼손가락 장애라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저승 문턱에서 저승사자의 잡아당김을 간신히 뿌리치고

살아남은 시니어의 절박하고 처절한 재활을 한 지 2년이다.

이제 브런치라는 서재가 마련되었다.


수술과 재활 2년의 시간은 제주살이의 낭비가 아니라

내 삶을 성숙되게 하는 시간이었음을 글로 쓰고 싶다.

그리고 평범함을 목표로 재활하는 중에도 기쁨과 행복을 찾는 방법을 나누고 싶다.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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