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동정 포인트
새삼스럽다는 말이 있듯이
일엽초, 애기일엽초, 산일엽초를 이제야 확인한다.
잊힌 기억도 찾고, 환대도 보아 새 추억을 만든다.
도토리 키 재기란 속담이 있는데 다 거기서 거기인 것들을 비교할 때 쓴다. 도토리는 전부 작고 비슷한데, 키를 잰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어 생긴 속담일 것이다. 양치식물 중 일엽초는 일엽초, 애기일엽초, 산일엽초로 구분되는데 이 또한 비슷비슷하여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야생화 초보 시절 일엽초와 산일엽초를 비교하기도 했는데 눈에 익히지는 못했다. 일엽초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야생화 마니아가 일엽초 사진을 찍지만 그들 또한 많이 헷갈리고 있다.
이참에 내 블로그를 필터링 했으나 일엽초가 검색되지 않았다. 잠깜 놀라 확인해보니 일엽초 종류 자체를 블로깅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본 제주 양치식물의 2/3는 포슽했는데, 낙상사고와 재활기간이 길어져 1/3은 아직 포슽하지 못하고 잊혔던 것이다. 다람쥐가 겨울에 먹을 도토리를 여러 곳에 숨겨놓았는데 다람쥐가 잊어버려 먹지 못한 도토리가 참나무로 자란다고 한다. 잊혀졌던 일엽초, 산일엽초, 애기일엽초의 글을 쓰면서 사진을 찾고, 구분 포인트를 알아본다.
일엽초와 애기일엽초의 잎은 가죽질로 두껍고 단단하다. 애기일엽초의 몸통 길이는 약 8cm로 일엽초의 몸통 길이 20cm보다 작다. 일엽초는 잎이 길게 뾰족한데 비해, 애기일엽초는 잎 끝은 대부분 둥글고 보통 윗부분이 가장 넓다. 그리고 두 종 모두 잎자루가 짧다. 그리고 일엽초와 애기일엽초는 전남, 경남, 제주에서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란다.
이에 비해 산일엽초는 전국에서 볼 수 있으며, 잎은 종이처럼 얇아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波狀)이 된다. 그리고 잎자루가 5cm 정도로 확연히 길고 뿌리줄기는 가늘다. 산일엽초의 키는 10~25cm로 일엽초보다 큰 편이고, 주로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산일엽초는 잎이 얇아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 잎줄기가 길다만 기억하면 헷갈림은 줄어들 것이다.
꽃이 잦아드는 11월 중순, 통영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산은 메마르고 고사리나 이끼들은 배배 말라 비틀어진 것이 많다. 참나무 줄기에 사는 애기일엽초의 가죽 같은 두꺼운 잎도 말라서 오므라졌다. 그 속에서 포자낭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핸드폰 사진을 찍어 자세히 보니 벌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환대(環帶)의 모습이 선명하다. 와~ 이렇게 환대를 다시 본다. 고사리들의 잎 뒤에서 수 많은 환대들이 포자를 튕겨내지만, 이렇게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회다 싶어 삼각대에 디카를 설치하고 끙끙댔다. 그렇게 애기일엽초 포자낭의 환대를 촬영하며 애기일엽초는 석가산이라는 이미지를 추억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