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고란초의 꽃말처럼 큰고란초에 다가가다
고란초의 꽃말은 "포기하지 마세요"
어려운 양치식물 탐사, 낙상사고의 재활을 극복하고
큰고란초의 제주 자생을 확인한 노력의 땀방울
부여 백마강 옆에 고란사(皐蘭寺)라는 절이 있는데, 고란초(皐蘭草)는 고란사의 절벽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고란사를 검색하면 고란초는 단골손님처럼 나오고, 고란사 절벽에 서식하는 양치식물이라는 글도 보인다. 이렇듯 고란초는 양치식물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고란초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블랙홀의 "고란초의 고백" 노래에서 "눈 비 바람 몰아쳐도 나는 애써 견뎠어, 모두 태워 지웠어도 나를 지을순 없어, 고란사의 종소리도 묻혀버렸지만 가느다란 나의 몸은 바위틈에 남았어, 온몸으로 눈물짓는 나의 이름은 고란초"라는 가사가 애처롭게 흐른다. 고란초의 꽃말 "포기하지 마세요"와 고란사의 역사를 짚어 멜로디로 표현했다.
한편, 체신부에서는 고란초 우표를 발행(1979)했는데, 사진은 잎이 삼지창(三枝槍)처럼 갈라진 고란초이다. 고란초의 학명은 Selliguea hastata이고, 주 서식지는 동아시아이다. 고란초의 일본 이름에도 "세 손가락"의 뜻이 포함된다. 고란초는 단엽으로 자라는데, 잘 자란 개체의 경우 잎의 기부가 2~3개로 갈라진다. 그러나 척박한 바위틈에서 자라니 만큼 갈라지지 않는 고란초가 대부분이다. 위 고란초 사진 중 갈라진 잎보다 갈라지지 않은 잎이 더 많다.
고란초의 다른 학명은 Crypsinus hastatus인데 속명 Crypsinus는 cryphi(숨다)와 sinuo(彎曲)의 합성어이고, 종명 hastatus는 잎의 기부가 화살 모양이라는 뜻이다. 즉, 고란초의 다른 학명에서도 고란초의 생태와 갈라진 잎의 모양을 유추할 수 있다. 고란초는 상록의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며, 주로 저지대의 바위틈에서 자란다. 한편 층층고란초는 높은 산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하록성 양치식물이며, 잎은 1~4쌍의 우편으로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낙상사고 후 재활 속에서도 어려운 양치식물을 공부하며 양치식물 탐사를 계속했다. 고란초와 다른 제주고란초(Selliguea sp.)를 확인하고, 기록만 있고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큰고란초(Selliguea engleri)를 발견한 것은 고란초의 포기하지 말라는 꽃말처럼 제주 곳곳을 누볐던 발걸음의 결과였다. 큰고란초는 제주도가 세계분포상 북방한계에 해당하는 귀중한 자산인 것이다.
제주고란초는 잎몸이 평행하다가 아래가 갑자기 좁아지는 모습이고, 포자낭군의 붙는 자리가 깊게 파인다. 따라서 제주고란초의 잎 윗면을 보아도 포자낭이 달린 부분이 튀어나온 모습으로 확실하게 보인다. 이와 달리 고란초의 잎몸은 아래가 넓고 차차로 좁아지고, 포자낭군이 붙은 자리가 얕게 파인다. 제주고란초의 잎줄기는 녹색으로 큰고란초 잎줄기가 갈색인 것과도 다르다.
한국식물도해도감2 양치식물 236. 제주고란초에는 "제주도에 알려진 큰고란초를 본 종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큰고란초는 잎이 35cm 내외로 크고, 엽병 부위가 대개 짙은 갈색을 띠며, 엽신의 부위 부분이 거의 평행한다. 또한 포자낭군은 엽신 뒷면에 위로부터 아래로 1/2, 2/3까지 달리고 포자낭군이 붙은 부위가 제주고란초처럼 파이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있다.
또한 한국양치식물연구회지 제12권(2007년)의 대만 양치식물 채집기(박수현)에는 "우리나라 제주도에 자라면서 큰고란초로 동정되어 온 제주고란초는 나까이께 교수의 의견대로 큰고란초와는 별개의 것으로 분류됨이 옳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큰고란초의 표본을 실었다.
나 또한 큰고란초를 제주살이 초기에 보았어도 제주고란초와 헷갈려 한동안 제주고란초로 오인했다. 양치식물의 공부가 깊어지자 그제야 내가 본 것이 큰고란초임을 알게 되었고, 자생지를 안내하기도 했다. 한국의 양치식물 2권에서도 "제주도에 분포한다고 알려졌으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글이 있는데, 나의 양치식물 탐사 발걸음이 제주도에 확실하게 큰고란초가 서식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려운 양치식물을 제주살이의 기회로 여기고 취미로 삼아 탐사하고 공부한 것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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