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장난과 불 장난 / 석송 포자 실험

(34화) 객관적 정보와 주관적 정보

by 로데우스

시니어의 손가락 장난과 불 장난


시니어의 손가락 장난과 불 장난

석송 포자 실험이라는 신비한 경험

양치식물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말린 포자낭이삭에서 포자들이 떨어졌다.


제주살이의 막바지 탐사에 매일 밖에 나가므로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기에 집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은 선물이다. 집에서 몸을 쉴 기회를 주고,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비라는 소식에 오히려 미련 없이 쉬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밀어두었던 석송 포자 실험을 하여야겠다. 석송 포자들은 땅속에서 발아하므로 유지성분이 많으므로 방수기능이 있고 발화성이 높다. 오늘의 포자 실험은 이 두 가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벌써 한 달 전에 석송 포자낭이삭을 따와 포자들이 떨어지길 기대했다. 며칠 전 떨어진 노란 포자들을 확인했지만 오름 탐사가 바빠 손대지 못했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 오늘이 디데이인 것이다.



석송의 유지성분으로 손가락이 물에 젖지 않는다.


석송 포자낭 이삭을 걷어내니 송홧가루처럼 노랑 포자들이 소복이 쌓였다. 작은 병에 담고 식탁에 앉았다. 우선 물컵에 물을 붓고 석송 포자들을 물 위에 뿌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넣었다가 꺼냈다. 손가락 끝은 석송 포자들이 묻어 젖지 않았다.


책에서 읽은 내용은 객관적 정보이고, 이렇게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주관적 정보라고 믿는다. 읽기가 50%의 이해력이라면, 실험은 100% 이해력이다. 신기한 경험이 기억력에도 도움이 된다. 나에게 석송하면 실험 그리고 석송 분말(LYCOPODIUM POWDER)이다.


석송 포자의 유지 성분을 붙이 잘 붙는다.


다음은 석송 포자들에 불을 붙여보는 것이다. 그런데 라이터가 어디 있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라이터가 없다. 옆집에 빌릴까? 하다가 아! 향함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서랍장에서 지방함과 향함을 담은 보자기를 풀어 라이터를 찾았다.


그리고 바닥을 받칠 유리판이나 철판이 있어야 하는데 집안에는 적당한 물건이 없다. 비 내리는 쓰레기장을 뒤져 유리판 하나를 들고 들어와 깨끗이 씻고 석송 포자들을 유리판 위에 뿌렸다. 라이터 불을 켜서 석송 포자들에 가까이 대도 불이 붙지 않는다.


왜그러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그 이유를 알았다. 가루 더미는 표면적이 부족해 성냥불을 가루에 떨어뜨려도 불이 붙지 않는단다. 그러나 분말 가루를 촛불 위에 뿌리면 불이 붙는다. 이는 연소에 사용할 수 있는 표면장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란다.


아~ 촛불 위에 뿌려야 불이 붙는구나. 서랍장에서 제사 지낼 때 사용했던 초를 찾아 유리판 위에 고정하고, 촛불을 켰다. 집게손가락으로 석송 포자들을 촛불 위에 뿌렸다. 순간 석송 포자들에 불이 붙어 노란 불꽃이 일었다. 손가락이 따갑다. 하지만 포자가 만든 불꽃은 양치식물의 실험이라는 강렬한 인상은 남겼다.



내가 만든 LYCOPODIUM POWDER


석송 분말(LYCOPODIUM POWDER)은 석송의 포자낭이삭에서 떨어진 포자들로 누런색의 먼지같은 분말이다. 요즘에는 석송 분말을 제품으로 시판도 한단다. 유지성분이 많은 포자들로 구성된 석송 분말은 공기와 혼합하면 가연성이 높다. 그러므로 연극의 특수 효과로 먼지 폭발에 이용되었고, 전통적으로 브라운 운동과 같은 현상을 보여주기 위해 물리학 실험에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분말의 기름 성분은 발수성(撥水性)이 있어서 옛 약제사들은 알약이 들어붙게 하지 않는 피복(被覆) 재료로 사용하였고, 병원에서는 외과 수술용 장갑이나 콘돔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석송 포자낭 이삭


제주살이 마감 한 달전에 실시한 석송 포자 실험을 극적이었다. 석송포자들의 방수 기능과 불 붙는 기능을 실험하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날이 더워 땀이 많이 나서 샤워를 하는데 밖의 소리가 이상해 욕실 문을 열었더니 소나기가 억수로 퍼붓고 있었다. 얼른 샤워를 마치고 베란다에 나가 보니 창문을 열어놓아 들이친 소나기로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마르라고 석송을 놓아두었던 자리도 물바다였다. 만약 오늘 오전에 석송 포자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그동안 채취하여 말리던 석송 포자낭이삭과 포자들이 흠뻑 젖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물바다를 수건으로 닦고 닦았다.



#양치식물 #석송 #포자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