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고사리보다 훨씬 더 원시적인 식물
석송을 알기 전과 안 후의 15년 간격
은퇴의 선물이 또 다른 나를 만든다.
제주를 떠난 통영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게 뭐지?" "처음 보는 건데?" "혹시?.... 신종을 보는 것은 아냐?" "어? 여기는 더 많네!"
2011년 제주도 꽃탐사의 에피소드이다. 석송을 모두들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이름을 알고 얼마나 허탈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애교 수준의 젊음날의 꽃을 보는 호기심이었다.
현대의 식물분류학상 석송류는 일반 고사리류와 다르게 분류된다. 석송류의 특징 중 하나는 포자낭이 소엽의 앞면 또는 엽액에 달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 고사리류의 포자낭이 잎 뒷면에 생기는 것과 대비된다. 위 사진(좌)에서 석송의 포자낭수가 소엽의 겨드랑이에서 올라와 위로 솟구친 것이 보인다.
석송류의 또 다른 특징은 잎은 단일 맥을 지닌 단엽으로 소엽(小葉)이라 부른다. 이 소엽은 잎자루가 없어 일반 고사리류와 확연히 다르다. 위 사진(우)의 석송의 가시 같은 잎이 소엽이다. 석송류에는 석송, 뱀톱, 다람쥐꼬리, 물부추 등이 있다.
그런데 소엽은 '작은 잎'이라는 뜻이지만, 물부추류 중에는 1m가 되는 것도 있단다. 석탄기에 습지를 덮었던 인목(鱗木)은 석탄의 원료가 될 만큼 긴 소엽과 비늘로 이루어진 줄기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인목들은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인목의 포자들이 화석화된 후 발화성이 강한 촉탄(燭炭, cannel coal)으로 남아, 과거에 번성했던 추억의 불꽃을 활활 태우는 것 같다.
촉탄은 화덕 등에서 사용하는 역청탄(瀝靑炭, bituminous coal)의 일종이다. 역청탄은 가장 일반적인 석탄을 말하는데, 탄소의 함량은 무연탄보다 적지만, 유질(油質)이 풍부하여 산업용으로 널리 사용된단다.
원래 석송류의 포자들은 땅속에서 발아하므로 유지(油脂) 성분 형태로 영양분을 저장한다고 한다. 특히 석송류 포자들은 불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유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영상 산업 초창기 시절에는 플래시 분말의 원료로 석송 분말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석송에 대해 알게 되니 현대산업의 근간을 떠올리고,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 설치된 난로에 석탄을 넣고 불을 붙이는 추억이 떠오른다. 그때 도시락을 데우려고 난로 위에 철제 도시락을 층층이 쌓고 수업을 받았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이 바뀌고 도시락을 싸 오지 않는 놈이 친구의 도시락을 먹기도 하는 등 불상사도 있었다.
15년 전 꽃 취미 초보시절의 석송 에피소드도 가깝게 느껴지는 시니어의 삶에 양치식물은 즐기며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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