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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둥지 Nov 04. 2022

EP7. 사람을 만나는 데 드는 돈에 대하여

돈은 사랑을 표현하기도 해

자취를 하는 1인 가구에게는 돈만 한 희소자원이 없다. 물론 본가에 살더라도 아직 사회에 나가지 않은 모든 20대들이 그렇겠지만,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자취를 하는 사람은 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훨씬 많이 하게 되기에 돈을 '희소자원'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한 달에 정해진 생활비가 있다는 점에서 돈은 희소한 자원이다. 오늘 내가 친구들과 노느라 돈을 많이 썼다면, 내일은 조금 더 절약해야 한다. 좋은 샴푸를 샀다면 세제는 더 저렴한 것으로 구매하게 된다. 결국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일은 '내게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그래서 한 달 가계부를 검토할 때는 내가 돈으로 구매한 서비스와 재화들을 끊임없이 저울질하게 된다. 11월에는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하고 구글 드라이브 용량을 구매했다. 영상을 광고 없이 보는 것보다 가진 자료들에 언제든 접근하면서도 노트북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가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을 만날 때도 돈이 든다. 나는 대인관계에 매달 40만 원 초반에서 중반 정도의 돈을 사용한다. 전체 생활비의 약 1/3을 사용하는 셈이다. 몇 달간의 가계부를 살펴보면 40만 원의 약 60%를 연인에게 쓰고, 약 20%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들에게, 남은 20%는 학교 사람들에게 사용하고 있다. 


실은 월 40만 원의 비용이 적지 않게 부담스럽다. 하지만 중요하다고 여기고,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 다른 곳에서의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식비에서 많이 줄이는 편이다. 달에 식비가 20만 원이 채 넘지 않는데, 혼자 먹을 때 좋은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심이 없어 최대한 요리를 해 먹고 밖에서는 간단한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식비와 동시에 취미 비용을 최소화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책을 무척 많이 구매해서 봤는데, 이제는 대부분 빌려 읽는다. 정말 좋아하는 단 두 작가님의 책만 구매해서 보고 흥미 있는 다른 책은 학교 도서관에서 구매신청을 해서 보고 있다. 


취미와 맛있는 식사를 포기하고 대인관계에 비용을 쓰는 이유는 내가 그것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만남을 위해 다른 분야의 소비를 통제해왔고, 다음에 또 만나기 위해 앞으로도 소비를 통제할 것이라는 것을 굳이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않지만 소비를 통제할 만큼 상대를 만나는 것이 너무 좋고, 이 자리가 진심으로 행복했었다는 사실을 나는 매달 가계부를 점검하며 상기한다. 돈은 항상 아쉬운 희소자원이지만, 아쉽기 때문에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들과 좁지만 깊게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 가계부에 쓰인 숫자가 주변인들을 향한 애정과 호감을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를 만나기 위해 책 한 권쯤은 덜 구입할 수 있다는 마음, 그리고 상대와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혼자 있을 때 번거로운 요리를 하는 마음 정도는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때로 돈은 풍족할 때보다 부족할 때 더욱 사랑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돈 덕분에 더욱 다정하고 귀해지는 만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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