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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둥지 Sep 30. 2022

EP6. 1인 가구 셀프이사에 대한 모든 것

부동산 발품부터 이사 실전까지.

2년 계약을 한 첫 자취방을 뒤로 하고 새로운 자취방을 찾았다. 원래 짐도 많지 않고, 쓰던 가구들도 싼 맛에 샀던 것들이라 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이사는 별 일이 아닐 것만 같았다. 심지어 이사하는 집은 한 동네였고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던 방이었다. 택배로 보내도 다 보내겠다 싶어 별 걱정을 하지 않았던 이사는 상상 이상으로 내 진을 빼 놓았다. 


그래서 이사를 앞두고 있는, 혹은 고려하고 있는 1인 가구들이 이사 여정을 머릿속에 한번 그려볼 수 있도록 셀프이사의 A부터 Z까지 모두 풀어보려 한다.


STEP1. 부동산 발품팔기

- 부동산 방문하기

1) 어플이나 웹사이트보다는 부동산 발품이 낫다
2) 부동산은 다다익선이다


요즘 아무리 직방, 네이버 부동산 등 온라인으로 집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많다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빅데이터 부동산을 이길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여러 부동산 웹사이트와 어플을 활용해 이사갈 집을 리스트업했지만, 실제로 해당 매물에 몇 번 방문해본 결과 사진에는 엄청난 왜곡과 과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부동산 발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해당 매물을 관리하고 있는 집주인이나 부동산업자가 나이가 많은 경우 웹사이트나 플랫폼에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한 골목에 있는 집들 정도는 그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부동산이 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혹시 몰라 같은 골목에 다른 부동산을 방문해보니 아예 다른 매물을 소개시켜주었다. 한 동네 안에서 20개가 넘는 부동산을 찾았는데 소개해 준 매물 중에 겹친 매물은 2~3개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부동산주인이 집 관리를 조금씩 해주고 계약을 대행하면서 집주인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통해 해당 부동산 매물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부동산에 다 들어가도 다 다른 매물을 소개시켜주는 것이었다.


여대생이 혼자 방문하면 아무래도 무시를 당할 것 같아서 엄마와 2박 3일 동안 부동산만 돌아다녔다. 매물을 30개 정도 보고, 1곳을 결정해 가계약을 걸었다.


1) 방 고를 땐: 위치 > 방 상태  

- 방 위치

내 첫 자취방은 학교 정문 쪽이었다. 자취촌이 형성되어 주변 환경은 그렇게 쾌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매물을 구할 때는 학교에서 걸어서 20분 남짓한 거리까지 나와봤더니 주민센터, 성당, 초등학교 등이 있는 주택가 위치가 상당히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초등학교 근처에 있어서 밤소음이 없고 가정집들이 많다보니 분위기도 훨씬 밝았다. 학교 근처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하다보니 원룸도 정말 좁았는데, 주택가로 나오니 같은 원룸이더라도 조금 더 넓은 방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주택가의 분위기와 대학가의 분위기가 정말 달랐다. 훨씬 조용한 분위기라 두 번째 자취방은 '대학로'가 아닌 '주택가'에서 구하기로 결정했다. 한 5개월 살아보니 학교랑은 거리가 조금 있더라도 주택가가 훨씬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 방 상태 

1. 곰팡이 체크: 일단 들어가면 냄새 맡아보기. 습한 물냄새가 난다면 곰팡이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거운 가구(침대, 장롱 등)를 살짝 밀어보면 곰팡이가 있을 수도 있다. 

2. 수압 체크: 변기 물이랑 세면대 물을 동시에 틀어서 체크하기. 오래된 동네일수록 수압이 약한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신경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휴지만 변기에 안 버리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체크해보자.

3. 창 크기 체크: 남향이면 가장 베스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창문이 크고 넓으면 괜찮다. 

4. 방 위치 체크: 쓰레기를 버리는 곳, 주차하는 곳과 가깝지 않은지 확인하자. 가깝다면,,,바퀴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가까워도 주변에 음식점이 없으면 벌레가 많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너무 겁먹지는 말자. 


 - 부동산 계약하기

사실 대학생 월세 계약은 사기를 다할 위험이 그렇게 높지 않다. 보증금 자체가 적기도 하고, 만약에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보증금에서 월세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그냥 월세를 몇 달 안내고 살아버리면 된다. 다행히 만났던 부동산 업자가 집에 법적, 금전적 문제가 없음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확인해주어서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전세금이 크거나 보증금이 커서 불안한데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 사람들은 '청년전세자금대출 상담'을 받아보면 된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사업이기도 하고, 우선 은행이다보니 이 돈을 빌려주었을 때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 그래서 집에 법적, 금전적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은행에서도 확인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생각이 없더라도 불안하면 한번쯤 받아보기를 권한다. 또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부동산의 경우 5000만원 한도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5000만원 한도에서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대학로에는 불법가건축물이 상당히 많다. 한 방을 쪼개서 두 개로 쓰기도 하고 옥탑방을 만들기도 한다. 대학로에서 원룸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역에서 만약에 전세 계약을 한다면, 훨씬 잘 알아보고 주의해서 계약해야 한다.*

*tip: 게약 전에 방 도배 등을 집주인이랑 이야기해보고 확답을 받은 후 계약서 상에 명시해두면 좋다. 도배 뿐 아니라 집을 둘러볼 때 꼼꼼하게 확인해보고 수리해야 할 부분들을 미리 상의한 후 확답을 받거나 계약서에 명시해두기!* 


STEP2. 이사하기

- 포장

1) 박스는 다양한 크기로 여러개
2) 같은 카테고리끼리 넣기
3) 비닐봉지 많이 준비하기

포장을 할 때는 위의 3가지만 기억하자. 박스는 크면 클수록 좋은 게 아니다. 박스가 지탱할 수 있는 무게에 한계가 있어서 어차피 많이 넣지도 못하고, 한 박스에 무리해서 많은 짐을 담으면 들기 어렵기 때문에 부피가 큰 옷을 담을 대형박스 > 욕실용품 등을 담을 중형박스 > 문구류 등을 넣을 소형박스로 구분해서 같은 카테고리끼리 포장하되, 다양한 크기의 박스로 나눠 담으면 포장을 할 때도 짐을 풀 때도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20l짜리 비닐봉지를 한 50장 쯤 준비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냉장고 음식들을 포장하기에도 유용하고 박스에 넣기 애매한 것들을 포장하기에도 좋다. 


나는 짐이 많지 않아서 (큰 박스 6개, 20l 비닐봉지 5~6개 정도) 한 6~7시간만에 포장했는데, 짐이 조금 많으면 2~3일을 잡는 것을 추천한다. 물건들을 꼼꼼히 포장하는데 은근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장 중요한 것! 집에 있는 것을 다 들고간다는 생각이 아니라, 버릴 것은 버린다는 생각으로 정리하며 짐을 많이 줄이는 것이 좋다. 집에 있는 온갖 것들을 다 꺼내고 보면 쓸 데 없는 물건들이 많이 보이는데 정리하면서 짐을 싸야 짐을 옮기고 풀 때 훨씬 쉽다. 

박스 위에 어떤 걸 넣었는지 써두는 것 중요! 포장 풀 때 필요하니 칼은 꼭 빼두기.

- 이사

짐이 많지 않아 차로 2~3번 오가며 이사했다. 만약 옮길 가구가 있다면 용달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 > 서울은 보통 7~10만원 정도하는데, 운전해주시는 분이 이사짐도 함께 들어옮겨주셔서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만약 가구는 없고 그냥 택배박스만 옮기면 되는 분들은 홈픽 서비스를 추천한다. 희망 픽업일을 설정하면 기사님이 방문해서 픽업해주시는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한 박스에 4000원 정도)


STEP3. 행정업무

1) 주소지 이전: 정부24 > 전입신고 신청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해결하자.
2) 가스비, 전기비 자동이체 설정: 예전의 집에서 자동이체를 해뒀다면 주소지 이전을 하고, 아니라면 새로 등록하자. 전화로 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변경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자동이체를 하면 약간이지만 비용절감이 된다. 
3) wifi 이전 신청: wifi를 쓰고 있었다면 이사 2주 전에 미리 변경을 신청해야한다. 기사님들 예약이 은근 꽉 차있어서, 이사 당일에 이전을 못 할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확인하자. 
4) 인터넷우체국 주거이전 서비스: 인터넷에 검색하면 온라인으로 우체국에 내 새로운 주소를 등록할수 있다. 그러면 은행 등에서 오는 서류들을 이사한 집으로 바로 받아볼 수 있다. 


STEP4. 구매하기

왜 이걸 별도로 이야기하나 싶겠지만 이사한 김에 새로 구입해야 하는 물건들 중 힘을 줄 것과 뺄 것을 소개하고 싶었다. 가성비를 따져서 구매할 것인지, 그냥 구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하루에 손이 얼마나 가는가'이다.


예를 들어, 쓰레기통의 경우 집에 하루종일 있다보면 20번도 넘게 만지게 된다. 그래서 다소 비싸더라도 냄새가 잘 밀폐되고, 외관도 예쁜 쓰레기통을 구매해서 5달 째 사용 중인데 정말 투자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물건 중 하나다. 이런 사소한 물건이지만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들은 조금 돈을 써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어디에서 힘을 빼야 할까? 정말 가끔 쓰거나, 혹은 자주 바꿔줘야하는 물건들에서 힘을 빼면 된다. 자주 만져야하고 오래 써야하는 밀대는 좋은 것으로 구매하되, 청소포는 다이소의 것을 사용하는 식으로 이사 후 새로 채워넣어야하는 물건들의 가격대를 설정하는 것이다. 


1인가구라도 가구는 가구인 모양이다. 이사짐을 싸고 옮기는 것 외에는 혼자 해야 하니 더 부담이 큰 것도 있겠지만, 혼자 사는데도 이렇게 짐이 많을 줄은 몰랐다. 짐을 방 안에 옮겨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물건들과,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생활하는 것은 일상의 정말 큰 환기점이 되었다. 혼자지만 씩씩하고 야무지게 챙길 것들을 잘 챙겨서 이사하는 슬기로운 1인가구가 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EP5. 행복의 역치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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