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넷플릭스 <멜로무비>

맹목적인 응원은 때로 가장 잔인한 위로가 된다

by 고윤지

어떤 사람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는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잘 되길 바라고, 내가 힘들 땐 대신 분노해주고, 내가 기쁘면 진심으로 함께 웃어주는 마음들..

그 마음이 분명 따뜻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가끔 그 마음이 버겁다.

타인이 잘 되길 응원하는 마음, 그 자체가 참 예쁘고 순수한데.. 그 대상이 되어 본 나는 감정의 폭이 널뛰듯 위아래로 일희일비한다.


내가 조금만 흔들려도, 그 사람의 눈빛이 같이 흔들리고, 그 진심이 내 감정의 온도를 좌우하게 된다.

결국 나는 단편적인 시야 속에 갇혀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만 신경 쓰게 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멜로무비>를 보면, 그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


겸과 무비가 나눈 대사 중

“원래 그렇게 꼬였어요? 훈계 아니고 위로, 비난 아니고 공감.
감독님이랑 나 내내 그 쪽 눈치보면서 같이 있어주려고 한 거 못 느꼈어요?
자기 고통에 무심한 척 구는 건 좋은데, 남들까지 무시하지는 말아야지.
그 쪽 다시 봤을 때 내가 화난 게 뭔지 알아요?
지금처럼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하잖아. 상대는 어떤지 궁금하지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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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사를 듣는 순간, 나는 마치 누군가에게 정곡을 찔린 듯 멍해졌다.
‘나는 안 꼬인 척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다. 사실은 이미 충분히 꼬여 있었는데 제대로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작품 속 시준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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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는 시준의 재능을 온 마음으로 사랑했고, 그의 음악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런데 그 맹목적인 사랑과 칭찬은 결국 시준을 자기 세계에 가둬버렸다. 점점 더 자기 감정에만 몰입하고, 그 사랑을 잃은 후에야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깨닫는다.


많은 시청자들이 시준을 비난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주아가.. 주아의 사랑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사랑과 응원이, 오히려 시준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나의 진심도 누군가를 무너뜨린 적이 있지 않았을까.

최근의 나는 작품 속 시준과 닮아 있었다. 삶이 힘들다는 이유로, 내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내 상처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나만의 동굴에 박혀서 나를 걱정하고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때로는 냉정하게 굴었다.

지금은 그랬던 나를 돌아보며 참.. 이기적이고도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혼자인 게 아니다. 내 주변에는 나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응원이 부담이 아니라 감사로 느껴질 수 있도록, 나는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진심을 상처 없이 받는 방법, 그건 결국 내 마음의 여유에서 시작된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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