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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Jul 23. 2020

잠시 다녀온 paris

내 40여일 유럽여행의 마지막 지역이 프랑스 파리였다. 막바지에 다다른 여행이 못내 아쉬워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곳.

파리에서 일주일 넘게 머물렀는데, 마지막 4일정도를 완전 중심가에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

조금만 걸으면 에펠탑이 나왔고, 또 조금만 걸으면 루브르, 또 조금만 걸으면 샹들리제 거리,  또 라파에트 백화점, 또 퐁피두 등등 그냥 다 걸어서 다닐 수 있었다.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영어를 못하고 안하는 프랑스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귀찮아 그냥 나대로 걷고 또 걸었다.

어디를 가도 다 볼거리가 있었고, 어디를 가도 다 낭만이, 역사가, 문화가 흘러넘쳤다.


오늘 낮잠을 빼먹고 짜증을 부리다 결국 6시에 잠든 둘째와의 지친 하루. 남편에게 한 시간만 나갔다오겠다고 하고, 신천동로 강변을 걸었다.

7월초의 시원한 밤바람, 어스름 해가 지는 분위기, 지나가며 보이는 잔디와 장미꽃들, 센 강변같은 강변.

내가 갔었던 7월말의 파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럽여행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혼자 여행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는 것, 그리고 여행내내 내가 좋아하는 역사 미술 등의 문화들로 나를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 아이둘과 남편을 두고 달콤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

거창하게 파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상이 너무 버겁기에, 이 한시간, 여기 신천강변을 걷는 것만으로, 유럽여행만큼의 충만함을 얻는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늘 긴장된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넘어지고, 더러운 걸 만지고 먹고있는 둘째..

둘째에게만 신경쓰느라 방치되는 다섯살 첫째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쓰인다.


나 혼자 나가서야 비로소 그런 긴장감없이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풍광이 주는 아름다움을 나에게 채워넣을 수 있다.


일상이 버겁기에.. 이 한시간의 신천강변 산책으로도, 파리에서처럼 나를 채울 수 있음을, 감사해야하나 웃프다해야하나 모르겠지만..

이제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내게도 돌아가면 저렇게 보물같은 아이가 있지하는 설렘이 생기는 걸 보니.. 돌아가야 할 시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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