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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Jun 03. 2021

육아하는 일상

첫째가 콧물 감기로 유치원에 안 간지 3일째, 오늘은 둘째의 짐보리 수업 첫날이다. 5월 초부터 가고싶어한 걸 6월 새학기까지 기다린거니 둘째에게 짐보리 수업을 빠지자고 말하기 미안했다. 결국 이모님께 일찍 오시길 부탁드려 첫째를 맡기고, 둘째와 짐보리를 다녀왔다.


코가 막혀 잠을 잘 못자던 첫째 때문에 나 역시 며칠동안 잠을 설쳤던 차였고, 어젯밤엔 쓸데없는 검색에 꽂혀 열두시가 넘어 잠들었고, 결정적으로 오늘은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나는 둘째까지 이모님께 맡기고 잠시나마 쉬고싶었다. 그런데 첫째는 오랜만에 이모님과 단둘이 놀고싶다고 난리, 둘째는 엄마랑 나가겠다고 난리였다.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육아를 시작한 이래로 늘 그랬듯.



첫째가 유치원에 가지 않고 셋이서 함께 노는 시간은 정말로 행복하다. 첫째는 순하고 나랑 잘 맞기에, 나는 첫째랑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참 편안하다. 어제는 야외로 나가서 비누방울놀이를 했는데, 비누방울과 첫째의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 행복했다.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어서 내 눈과 머리로 사진을 찍어두었다. 내 아이의 그 싱그러운 눈웃음을.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싶을만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이다.


둘째는 길가의 꽃은 물론, 잎사귀, 돌멩이, 퍽퍽해진 낙엽도 모자라 가끔 쓰레기까지, 많은 걸 나에게 선물로 주워주면서 "엄마, 자. 사랑해"한다. 내가 이렇게 자꾸 선물을 받아도 되나싶을만큼, 세상 그 모든 걸 내게 주려고 하는 둘째. 둘째는 그저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를 자주 실감한다.


그렇게 두 아이는 내게 정말 과분할 정도의 사랑과 행복을 주는 존재이다. 하지만 육아를 시작하고 지속할수록, 나는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우울감을 더 자주 경험하는 듯하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하는 걸 즐겼던 나는, 이제 아예 계획 세우기를 포기했다. 절대로 계획대로 되지않기 때문이다. 삶이 내뜻대로 흐르지않음을 육아를 통해 배웠다.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인지도 육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육아는 나에게 정말 많은 걸 주었고, 깨닫게 했다. 참 이상한 것은, 정말 행복한데, 자꾸 마음이 아픈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심리상담을 1회 받았다. 첫날은 그냥 내 얘기를 하는 시간이라고 하셔서 이것저것 되는대로 내 얘길했다. 상담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내게 어떤 존재냐고 하시길래,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하는 존재라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다른 이야기도 했는데, 상담선생님께선 내게 아이들은 행복을 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못하게하고 내 삶을 정지시키고 있는 존재라는 말씀을 하셨다. 내가 무의식 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맞는 말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나는, 내가 뭐라도 될 줄 알았다. 아이를 낳아도, 육아도 잘하고 내 일도 잘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될 줄 알았다. 현실은 육아 하나도 제대로 못했다. 아이를 낳고서 나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졌다. 내가 고작 이정도의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매우 자주 느꼈다.


아직 잘은 모르겠다. 이 행복한 육아를 하면서 자주 우울감이 느껴지는 이유를. 누구의 말처럼 배가 불러터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알아가보고싶다. 그리고 성장하고 싶다. 좋은 엄마가 되고싶고, 나 스스로 편한 사람이 되고싶다. 나는 늘 그랬듯이 이번 어려움도 잘 헤쳐나가리라, 나는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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