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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지완 Jul 26. 2016

애완과 반려, 그 크나큰 차이

  고등학교 1학년, 난 절대 동물을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철없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난 친누나와 함께 무작정 햄스터를 사 들고 집에 찾아갔다. 집 문을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결국 햄스터를 키우게 되었다.


  햄스터를 키운 지 몇 주 째, 귀여운 녀석의 모습에 하루도 빠짐없이 같이 놀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누나의 햄스터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갔다. 햄스터에게 눈길을 주는 빈도수가 줄고, 햄스터의 집을 청소해주는 사람이 점점 우리가 아닌 부모님으로 바뀌어갔다. 그렇게 햄스터를 키운 지 몇 달만에 우리가 이름 지어줬던 '우유'는 세상을 떠났다.


  햄스터가 세상을 떠난 그날에야 난 내가 동물을 키울 자격이 심각하게 부족한, 아니 아예 없는 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나의 욕심을 위해, 햄스터를 만지고 보며 얻는 나만의 만족감을 위해 '구매'했던 나의 햄스터. 그 날 이후로 난 절대 동물을 키워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오보이x브런치의 동물과 환경에 대한 글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읽고 부끄러운  시절이 떠올랐다. 많은 관심 덕에 여러 제도가 정립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들려오는 안타까운 이야기들. 과거의 나처럼 자신의 만족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사진출처 : 네이버 사전

  "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날까?" 고민을 해본 끝에 사람들이 동물을 자신의 '장난감'처럼 여기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갖고 놀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말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가 동물을 지칭할 때 주로 쓰던 단어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애완'동물. 지금은 '반려'동물이 많이 쓰이는 추세지만 내가 어렸을 때 까지만 해도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동물을 지칭하는 주된 어휘였다. 이번 기회에 애완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 보았는데, 그리 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았다.


  "동물이나 물품을 좋아하여 귀여워하거나 즐김",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동물" 등등. 동을 마치 도구나 상품으로 여기는 듯한 뜻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한때 이러한 의미로 동물을 대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고 본다. 현재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떠밀리는 동물들의 수가 한 해에 8만 마리나 되는 것이 이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8만, 예상했던 수보다 너무나 많은 수의 동물들이 단지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 집을 잃고 안락사당하고 있었다.


  실수로 오토바이 체인에 발목이 절단된 꼬롱이, 치주염 탓에 턱관절이 녹아내려 입도 다물지 못하는 백이. 둘 다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이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키우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마치 껌과 같이 취급받는 동물들의 사례들을 우리는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동물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동물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는 것이다.




  동물을 마치 자신의 도구 혹은 장난감으로 보는 몇몇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동물들을 유통하는 시스템에도 큰 문제가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애견의 경우 대규모 번식장에서 생산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중 90%의 공장들이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다. 동물을 '생산'하고 '유통'한다는 표현도 참 껄끄러운 편에 이마저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 반려동물 허가제와 같은 법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찝찝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동물 생산 시설을 허가제로 바꾸어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하려는 의미는 긍정적이지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는 방침이 왜 허가제와 함께 발의되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당장 사람들의 무분별한 동물 생산과 유통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방안새로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반려동물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그들의 말에 맞게, 아직도 동물은 하나의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물론이요 동물들에 대한 여러 제도와 법등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동물이 어떤 존재인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로 우리가 동물을 지칭할 때 주로 쓰고 있는 '반려'라는 단어에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애완'과 '반려', '장난감'과 '친구'


사진출처 : 네이버 사전

  1983년 10월 27~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으로 제안되었다는 단어, '반려'동물. 귀여워한다, 즐긴다와 같이 동물을 도구처럼 여기는 '애완'과는 다르게 동물 '동무'로 표현하고 있다. 나도 한때 동물을 내 만족을 위한 '애완' 동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한 생명을 마치 장난감처럼 여겼던, 동물들에게 사랑을 받기만 했던 시절 말이다. 지금은 내가 동물들의 친구가 되어줄 여건도 안되어 있거니와 자격도 없기에, 동물과 함부로 같이 살려하지 않는다.


  그러니 부디, 동물들을 내 소유물로 보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친구 혹은 짝으로 보는 수평적 관계가 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길 빈다. 조건 없이 우리를 좋아해주고 반겨주는 동물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소중한 존재이자 가족이니까.



참고자료 :

YTN 뉴스 기사, <반려동물 생산, 허가제 도입... 애견 경매·온라인 판매는 그대로?>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ec&sid1=102&oid=052&aid=0000870782


연합뉴스 기사, <보호소 앞에 '슬쩍'… 버려지는 반려동물 한해 8만 마리>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ec&sid1=102&oid=001&aid=0008524632


일간투데이 최황 기자, <반려동물 유통구조 문제 많다.>

http://kuw.or.kr/board/board.php?id=noti&bid=&act1=view&vno=3558&page=23&keyfield=&key=woojungnet&list=3420&ridx=0&leve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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