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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May 26. 2016

안녕 장군아

2001.5.27 Memorial..

2001년이니 내 나이가 12살 때였다.

그때 키우던 '장군이'라는 진돗개를 떠나보낸 뒤 수없이 많은 날을 울었던 것 같다.

그때 들으며 울었던 노래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

그 이후로 난 강아지를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상자 안은 너무 답답해..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왜 떨어져서 어디론가 가야만 하는 거죠??'


진도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아왔다. 진돗개라는데 정말일까? 너무 적대적인 모습을 보니 정이 안 가기도 하지만.. 뽀송뽀송 정말 귀엽다..


'모든 환경이 달라졌어요. 상자 밖의 풍경은 너무 무서워.. 엄마.. 아빠.. 어디 있는 거죠?'


이제는 강아지가 우리 갖고을 보고 짖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우리 식구가 된 것에 감사한다. 이름을 장군이라고 지었다. 장군처럼 씩씩하게 커야지?


이젠 낯설지 않아요.. 너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 기분 좋아요.. 미약한 힘이지만... 내게 사랑을 준 우리 가족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어요..


장군이가 꽤 컸다. 이제 현관 밖에 집을 만들어 줘야지.. 진돗개는 많이 큰다고 하니까 큼지막한 집을 만들어 줘야겠다.. 집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으니 내 자전거 자리를 양보해야지.. 장군이를 위한 일이라면야~~~~~~~


새집이 생겼어요. 혼자 하는 밤이 너무 무섭고 외롭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됐어요. 현관 밖에서 나쁜 사람들이 집으로 못 들어가게 지켜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아 행복해요..


오늘은 장군이 산책을 시켜줬다. 힘이 어찌나 장사던지 내가 끌려 다녔다. 그래도 활기찬 장군이의 모습을 보니 내가 다 행복했다. 장군아~~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오래간만에 외출을 했어요. 새로운 밖의 풍경이 매우 신기해서 주인님 말 안 듣고 제멋대로 행동했네요. 그래도 화내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우리 집주인님은 너무 멋져!!


세월이 지나 장군이가 우리 집으로 온 지 2년이 지났다. 장군이는 이제 너무 커버린 것 같다. 산책도 시키기 버겁다. 털이 날린다.. 위생상 안 좋은 것 같다..


주인님이 주신 맛 좋은 밥을 먹고 장군이가 훌쩍 컸어요.. 이제 더 힘이 세졌으니 우리 가족들.. 더 잘 지킬 수 있겠죠?


장군이 밥을 주는 것도 서로 미루게 되었다. 어제는 아래층 할머니에게 대들더니 오늘은 줄을 끊고 할머니 종아리에 상처를 내고야 말았다. 큰일이다. 처음으로 장군이를 심하게 혼냈다. 사람 무는 개는 못 키운다던데...


본의 아니게 아랫집 사람에게 상처를 냈어요. 난 우리 가족이 아닌 사람은 모두 나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천사 같은 주인님이 화를 내시는 걸 보니 제가 크게 잘못을 했나 봐요.. 정말.. 죄송해요..


나는 장군이에 관한 모든 일을 귀찮아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청소와 밥 주는 일을 도맡아 하신다. 형은 장군이가 아침마다 짓는다고 짜증을 낸다. 누나는 개털이 날린다고 짜증이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죄책감에 장군이와 눈빛 대화를 해본다.


요즘 막내 주인님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항상 웃는 얼굴이 마음 편하게 해주곤 했는데.. 바쁜 일이 있나 보네요.. 아~ 자주 날카로워지는 나를 느껴요..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주인님이 싫어할 텐데.. 어? 막내 주인님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짓네요? 얼마만일까.. 편안해.........


2001년 5월 27일.. 장군이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또 줄을 끊고 아래층 아기를 문 것이다.. 아~ 이번에는 두둔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아~ 장군아.. 장군아..


주인님.. 3년 동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제가 필요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아니..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건지도 몰라요.. 아래층 아기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살짝 물은 것뿐인걸요.. 이런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착하디 착한 우리 주인님들은 저를 죽을 때까지 키울 거란 걸 알아요.. 은혜만 입고 가네요.. 주인님들.. 사랑하는 나의 가족.. 이젠 안녕..



예상대로 어머니의 결정은 단호했다. 형, 누나 할 것 없이 아우성들이다. 가만히 누워서 생각에 잠긴다. 과연 나는 장군이를 사랑했을까? 극도의 자괴감만이 나를 몸서리치게 만든다. 장군아....


나는 장군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 난 장군이 너를 생명으로조차 여기지 않고 있었던 것이로구나.. 미안하다 장군아.. 나의 미소는 거짓된 가증스러운 미소에 불과했어. 널 볼 수가 없어.. 너의 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안녕이란 말조차 할 수 없구나. 난 어쩌념 누구도 사랑할 자격이 없는지도 몰라.. 누구도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인지도 몰라.. 아무것도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어머니께 화를 내고 있는 내가 이해가 되질 않는구나.. 아무것도 못하다가.. 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차마 민망한 이 말.. 입에 담게 되는구나.. 사랑하는 장군아 안녕.. 부디 하늘나라에서 무한한 사랑받길 바랄게........'



방황하고 돌아와 보니 장군이 집은 없었다는 듯이 사라지고 다시 자전거가 들어서 있다. 이젠 날리는 털도.. 잠을 방해하는 소리도 없을 테니 누나와 형의 불평이 잠잠해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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