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청곡,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플레이리스트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기다리며

by 피알봇

라디오에 가까운 사람,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 종이책이 쌓여가는 부피에 한숨을 쉬면서도 선뜻 전자책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사람. 그게 나다.


친한 이들과는 더 없는 E이지만, 나만의 오롯한 시간이 필요한 I.

사람 간의 경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을 선호하고,

내 사람이다 싶은 이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한 없이 질척거리지만

경계 밖의 이들에게는 반듯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긴장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굳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꺼낸 건,

나 역시 누군가의 문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받은 위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노래 가사를 만든 이든, 음악을 부른 이든,

책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쓸면서 울컥함을 가라앉히게 했던 이든.


나에게 이 음악들은 백색소음 같기도, 소울 같기도, 휴대폰이 방전되는 순간을 구제해 줄 보조배터리 같기도 하다. 어떤 순간에는 나에게 따라 부르는 주문 같았고, 깊은 기도가 되기도 했다.

지나온 어느 지점에... 내가 최선을 다해서 뛰어넘어야 했던, 혹은 견뎌내야 했던 그 시간 속에 배경음악이 되기도 했고, 어설픈 위로로 다칠 수 있는 상대방의 마음에 내가 용기 내어 건넸던 것 역시 음악이었다.


어쩌면 누군가의 위로도, 충고도 버거운 날.

마음이 자꾸 찰랑거리고, 감정이 넘실대어서 나조차 내가 버거운 날.

그런 날 나에게는 온기였고, 같이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외롭지 않게 해 줬던,

고독한 그 순간에도 쓸쓸하지 않게 해 주었던

나의 음악들을

당신을 위해 신청한다.


당신에게도 위로 한 자락이 되길 바라본다.


어느 순간에는 따라 부르며 마음을 놓고

오늘에 집중하길. 나를 사랑하길.

그리고 나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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