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불행을 견뎌내는 힘, 행복을 기다리는 노력

(다행이다 - 이적)

by 피알봇

6. 불행을 견뎌내는 힘, 행복을 기다리는 노력, 반드시 오고야 말 나의 행복

(다행이다 – 이적)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거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서, 한결같이 서로를 지지해 주는 친구가 있다.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는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감성적인 나는 친구를 만나 이성을 탑재했고,

룡이는 나를 만나서 감정선이 다양해졌다.


수능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던 그때,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에게 전화를 해서 호통을 치며 내 인생을 나보다 더 걱정해 줬고,

나와 함께 재수학원을 등록해 긴 재수시간을 함께 견뎌낸 친구,

그래서 우리 부모님께는 되게 든든한, 나보다 언니 같은 친구다.


나는 공공 PR 전문가가 되길 원했고, 내 친구는 의사를 꿈꿨다.

우리는 서로 같은 진로를 고민했지만, 다른 길을 가면서 서로를 응원하게 되었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밤이었고, 아마도 금요일이었나.

나는 야근을, 친구는 실습을 하다가 통화를 했다.

4번, 5번 콜을 부르며 회신 없는 택시를 기다리다가 이대로 지하철이 끊겨

집에 까지 걸어가면 어떡하나 무서워져서 음악을 들으면서 큰길로 걸어 내려오면서

친구와 통화하다가, 우리는 울었던 거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나는 그날의 분위기, 그날의 어둠이 그대로 생각난다.

걸어내려 가는데 갑자기 서럽고, 친구 목소리를 들으니 더 서럽고,

이 길이 영영 끝나지 않아서 터널 뒤에 나를 집으로 데려달 줄 차도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내 커리어는, 내 인생은 갑자기 모든 게 다 불투명해져서 서럽고 서럽고, 또 서러웠던 그날.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둘 다 왜 우리가 이 길을 가고 싶어 했는지 서로 묻다가,

우리가 생각한 가치를 찾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 길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둘이 전화를 들고 울었다.

지하철 막차도 끊어졌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 그 밤,

큰길에 쪼그려 대성톡 곡하는 사람을 본 적 있나.

콩쥐팥쥐 계모처럼, 매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두라고 퇴근길에 업무를 던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선배에 대한 미움보다 보란 듯이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데 그럴 능력이 안 되는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더 커서 울었다. 아. 나 바보인가...


당시 친구의 교수는 질문에 답을 못하면 사람을 다치게 할 만한 수술도구들을 멍청하다며 학생들에게 던지던 사람이었는데, 친구는 그걸 던지는 교수보다 책을 보고 또 봐도 교수가 물어보는 것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울었다.

사무실에서는 꼿꼿하게 움직이지 않았던 내 자존심이, 와서 계속 다치기만 했던 자존심이

잠깐 자존감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둘 다 이야기를 하다가 울다가, 그랬던 통화에 우리는 또 힘을 얻었다.

우리가 잘못된 게 아니란 걸 알아서,

그걸 이야기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외로웠지만 외롭지 않았다.

나중에 우리 서로에게 이런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괜찮아졌잖다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격려하면서.


결혼해서 남편과 미국으로 넘어간 친구는 코로나 초기 방역에 선방하고 있던 한국인이란 덕분에 그간의 차별에서 조금은 온화한 시선을 받았지만 이어서 동양인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그 누구보다 노력하고 똑똑하게 뛰어난, 그리고 성실한 친구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선택받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은 수많은 제안을 받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우리는 그저 안고, 위로하고, 손을 잡고, 울면서 서로를 응원했다.

혼자만 겪었다면 불행하다고 느끼고 그쳤을 그 상황 속에서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는 주문을 기도문처럼 외웠다. 곧 지나간다고,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고 나아가고 있다고. 서로의 시차 때문에 자주 통하하지 못하지만 서로의 고민과 걱정을 메신저에 길게 남기고 잠든 후에는 항상 그랬든 단단한 응원문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고,

우리가 겪어내지 못할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도망가고 싶은 시간이 이어져도.

의심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이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때론 내가 나를 믿지 못해도, 내가 가장 믿는 내 친구의 단단한 신뢰의 뿌리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고 나면, 다시 걸음을 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


당신에게도 있을, 당신을 지탱하고 단단하게 붙잡아줄 당신의 사람들을 기억하며,

힘든 순간 이 곡이 나에게 그랬듯이 그대에게도 다시 나아갈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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