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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애 Oct 03. 2021

프리랜서의 새벽 기상은 괴롭다

진심 부지런한 엄마가 되고 싶다

2021년 8월 23일 월요일


아주 그냥 일어나기 싫어 죽겠다.

침대에서 일어날때 몸이 천근 만근이다.

생애 첫 등산을 경험하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때의 컨디션이 아침마다 연속이니 제발 좀 양껏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오늘은 큰 총각의 2학기들어 제대로된 첫 등교 날이다. 개학일은 지난주 수요일이었기에 이미 등교를 했지만 오후 등교였고 이번주부터가 원래의 등교시간인 아침 7시 40분까지의 오전 등교라서 마치 오늘 개학하는 느낌이다.

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엄마에겐 아이의 개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인데 난 왜 이리 힘들까.

하루 세번 밥으로만 식사를 몇 날 몇 일 주어도 마냥 잘 먹는 아이들이고 등교날 아침 식사를 밥으로 먹지 않으면 배고파 하는지라 백에 구십구번은 꼭 쌀밥으로 아침 식사를 먹이는데 고등학생이되어 등교시간이 확 땡겨지니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 힘든 것이다. 물론 아침 밥을 짓는건 더 힘들고 말이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큰 총각은 자전거 타고 등교하는 날은 7시 20분, 걸어서 등교하는날은 7시 10분쯤 나간다. 밥먹는것도 씻고 옷갈아입는 것도 워낙 빨리해서 집에서 나가기 30분전에만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면 된다.

등교하는 날은 보통 6시 40분이면 식사를 시작하는데 이를 위해 6시 20분에 압력밥솥 취사 버튼을 누른다.

쌀은 늘 몇끼 해 먹을 것을 미리 씻어 물기 뺀 채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있으니 갓 지은 아침밥을 차리기 위해선 6시 20분에만 일어나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힘들어 전날 저녁에 미리 밥을 더 지어 전자렌지용 용기에 넣어두고 아침에 렌지로 데워 아침 식사를 준비해줄 때도 많다. 그러면 6시 20분 기상이 아닌 6시 30분에 일어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침 시간인 오전 6시는 나에겐 엄청난 새벽이라는 것이 문제다.


쉬운 아침 상차림을 위한 작은 노력 


침대에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은 6시 20분, 6시 30분이지만 난 이미 5시 정도부터 깨어있다.

개운하지 않은 상태로 눈을 뜨고 시계를 보고, 조금이라도 더 자볼까 눈 감고있다 다시 시간을 확인하고... 이걸 반복하다가 알람이 울리면 그제야 힘겹게 일어난다.

눈 뜨기 2~3시간 전에 자리에 누웠으니 내가 조금이라도 잔건지 안잔건지 헷갈릴때쯤 눈이 떠지고 몽롱한 상태에서 잠들지도 후딱 일어서지도 못한채 한 시간 가량 흘려보내니 이 얼마나 무기력한가.



엄마에게 엄마는 나보다 힘든 일을 하고 출퇴근이 그렇게나 이르고 빨랐는데 어떻게 그렇게 새벽같이 일어나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갓 지은 밥과 반찬, 도시락을 싸주었는지 물었더니 힘든 줄 모르고 정신없이 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아빠가 계셨지만 5세의 정신 연령으로 한 손과 한 발을 온전히 쓰지 못해 거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어서 엄마 혼자서 오빠와 나 그리고 아빠를 키우셨다.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 힘들어도 힘들수 없는 일이었고, 내새끼 굶기는 일은 상상도 못하지만 편식이 심하고 입이 짧은 내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큰일이 날거라 생각하셔서 기계처럼 몸이 움직이셨다고 한다.






나는 프리랜서다. 집에서 일하고 카페가서 일하고 자유롭게 일하니 출퇴근러보다는 덜 힘든 점이 분명 있다.

일하다 중간에 낮잠을 잘 수 있고 여행이 고플땐 일을 땡겨하고 훌쩍 떠날 수도 있다. 사람들 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앵앵거리며 힘들다 힘들다 하니 내 자신이 한심할때가 많다.




3년째 나를 괴롭히는 수면 장애로 아침 기상이 힘들다.

하지만 이 것이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죽겠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난 천성이 잠이 많은 애다.

내 몸 편한걸 좋아하는 이기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미팅이 잡히면 전날 밤엔 시간 계산하느라 잠을 못자는 예민함을 넘어선 피곤한 성격이다.

글을 쓰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는데 누가 조금이라도 소란스럽게 하거나 일의 흐름을 끊으면 화가 난다. 모아놓은 생각들을 아직 다 적지 못한 상황에서 생각들이 다 흩어져버버리니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도 일에 집중하는게 참 힘든데 이게 연차가 쌓일 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조용한 시간대에 일을 하다보니 주로 늦은 밤에 일하게 되고 예민함은 더욱 커지니 평범한 사람들에겐 평범한 기상시간일 수 있는 6시 20분이 나에겐 새벽이고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괴롭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다, 힘들다 푸념하면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만일 주어진 환경이 지금과 같지 않다면 아이들은 어쩌면 스스로 아침 식사를 차려먹을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내가 충분히 챙겨 줄 수 있는 환경이고 나의 수면장애와 예민함은 아이들 탓이 아닌데 내가 스스로를 컨트롤 하지 못해서 아이들 챙겨주는게 힘들다 하는 것이니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지고 힘듬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가 이걸 가지고 힘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에 죄책감이 든다.





부지런한 엄마가 되고 싶다.

제 시간에 훌훌 털고 일어나 소박한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 등교 시키면 청소와 빨래를 마무리 짓고.

그리고나서 커피 한잔 마시며 일하고 싶다.

아이들이 올 무렵엔 미리 장을 봐 두고 저녁을 준비해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며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각자 자기 할 일을, 나는 내 할일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짓고 싶다.

집에서 돈 벌며 살림과 육아를 하는 것은 프리랜서만이 가능한 장점이다. 퇴근러 직장맘들에겐 부러울 수도 있는 일상을 내가 살고 있는데 이렇게 아침 기상이 괴롭고 힘들어서야 되는가. 반성해본다.



어떻게 하면 부지런한 엄마, 활기찬 엄마가 될 수있는가!

어찌해야 일도 살림도 육아도 다 잡는 프리랜서가 될 수 있는가!

나와 아이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해결해야할 큰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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