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그림자는 그렇게 길다
주인공은 야구 선수였던 최현수. 왼팔 마비 증세를 겪으며 선수 생활을 접고 보안업체 팀장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려던 그는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음주 운전을 한다. 그날 밤, 그가 차로 친 아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는 아이를 숨지게 하고 시체를 유기하며 온갖 악의적인 선택의 첫걸음을 만든다.
한편, 부유한 지주이자 치과의사인 오영제는 겉으론 성공했지만 가족에게는 교정이란 이름 아래의 폭력을 가하며 경계를 허물지 못한다. 그는 자신이 정해놓은 세계 안에서 벗어난 존재들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 둘의 사건은 한 아이의 죽음이라는 ‘피해’의 형태로만 시작되지만, 그 여파는 7년을 넘어 파고든다.
『7년의 밤』이 독자를 사로잡는 이유는 단지 범죄 스릴러적 장치 때문이 아니다.
이 소설은 행동이 아닌 생각의 폭력, 관계의 균열,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복수의 굴레를 묘사한다.
아이를 죽인 자와, 그 죽음을 이용해 복수를 꿈꾸는 자와, 그리고 그 복수 속에서 지워진 채 살아남아야 했던 아이의 아들 최서원까지, 작가는 각기 다른 시점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에 의해 흔들리는 인물들의 내면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형식적으로는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범인은 초반에 드러나며, 복수극이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기존 스릴러의 틀과는 다르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진짜 범인은 누군가?”, “그 사건에 끝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작가는 명확한 결론 대신, 아직 남아 있는 밤을 보여준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밤은 끝나지 않았다. 그 밤이 남긴 흔적은 범인의 손을 떠났지만, 가족의 폭력과 방관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책을 덮을 때 남는 것은 서스펜스의 폭발이 아니라 여전히 꺼지지 않은 그 어둠 속의 느낌이다.
『7년의 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사건의 뒤로 숨은 존재들을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말한다.
“밤은 가지만 흔적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