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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온 결 Feb 24. 2024

부럼을 깨셨나요?

소원을 말해봐~

저는 새벽에 일어나 우리집 송씨들이 어질러 놓은 거실과 부엌을 치웁니다.

남편과 두 아이들이 깨어있을때 치우는 것은 의미가 없거든요.


침대에서 몰래 빠져나와 거실로 향하는데 커튼 사이로 밝은 빛이 보였습니다. 남편이 밤에 나가 담배 피우고 또 밖에 불을 끄지 않았나보다 생각하며 커튼을 살짝 들어 내다보았습니다.


달이었습니다.


달이 너무 밝아 등이 켜 있는줄 알았습니다.

아직 녹지 않은 마당의 하얀 눈까지 합세하여 새벽임에도 아주 훤하게 보였어요.


두툼한 잠바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소원을 빌어야죠~


저는 소원 열개만 빌었습니다.

1.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5억 통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해주세요. 홀수가 좋으니 7억도 괜찮습니다.

2.건강하고 순한 아들을 올해 갖고 내년 초에 낳게 해주세요.

3.달을 보며 비행할 수있도록 밤비행기 타게 해주세요.

4.정원에 아름다운 꽃을 매일 볼 수 있도록 '멋진 가드너'가 되게 해주세요.

5.실내인테리어디자이너 실기 합격하게 해주세요.

6.영어스터디 꾸준히 하며 영어회화를 수려하게 하게 해주세요.

7.건강한 몸을 유지하도록 운동할 수있게 해주세요.

8.로또 1등 두번 당첨하게 해주세요.

9.반짝거리는 피부를 갖게 해주세요.

10.서두르지않고 여유를 갖는 마음을 갖게 해주세요.


달~달 무슨달~

쟁반처럼 둥근달~

어디어디 떴나~

서온결 위에 떴지~


소리내서 노래 부르고 들어왔습니다.


정월대보름입니다.

소원을 빌어보세요~



저는 절기를 따지며 예부터 내려오는 일들을 빠지지않고 챙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단오에 부채를 선물한다거나, 동지에 팥죽을 먹는 일, 정월 대보름 전날 오곡밥 먹고 다음날 부럼깨기 등등이요. 물론 발렌타인 데이나 할로윈 데이들도 챙깁니다.


이런 기념일들을 챙기는 것은 삶에 매듭을 지으며 재미를 갖기 위해서 입니다.


다 귀찮고 그저 사는데 벅벅대며 지낸 시절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고들 하지만 아이들과 지내며 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청소를 시작해야 합니다.

글을 마무리짓고 싶지 않아 계속 덧붙이는 아침입니다.

어서 일어나 소원을 빌어보세요.


오늘이 지나기전에...


청소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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