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건강이 태도가 되는 사람
기분이 태도가 되는 순간. 그때가 비로소 그 사람의 밑천이 드러나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순간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사회 통념과도 같이 전해져 왔다.
나는 자라오면서, 한 개인이 어른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자격요건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결같음'이었다. 성장환경에서 나에게 없었던 것이다. 외딴 섬 같았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수도권으로 상경 후, 성인이 되자마자 단신으로 외국유학길에 올랐다. 가정환경을 포함해서, 나를 둘러싼 외부환경에는 항상 폭풍이 치고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폭풍의 눈을 찾아서, 항상 얌전하고 요구받은 일은 착실히 수행하는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성인이 되며, 물리적으로 신체를 컨트롤할 수 없는 현상이 현저해지며, '한결같음'은 내가 가질 수 없고, 그래서 더 갈구하게 된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이었다.
항상 같은 모습은 즉 성실함으로 이어지고 그 사람의 특질로 인식된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능력이라고 현실적으로 인정하게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자 악을 썼던 것 같다. 누군가가 지나가듯이 한 말도 모두 캐치해서 답변하려고 하였고, 일상에서 지나치는 가게의 종업원들에게도 감사인사를 잊지 않으려고 했다. 움직이지 않는 얼굴의 입꼬리를 겨우 올려가며 말이다. 최소한 무례한 사람으로는 인식되고 싶지 않았다. 상식이 있는 사람으로 사회와 연결되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건강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 자발적인 선택이든, 혹은 불가항적인 결과이든.
나는 건강에 불편함을 가진 사람이 나에게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때, 저 사람은 기분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건강에 휘둘리는 중이구나,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에서의 '기분'을 논하려면, 모든 사람의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일정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같은 사람 (간헐적으로 발성이 잘 되지 않고, 표정을 만드는 게 힘들고, 감정을 소화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은 사람) 은 극소수일 것이고, 많은 경우에 '기분이 태도가 되면 그릇이 좁은 사람'이라는 공식은 통용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외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결같고 긍정적인, 쾌남의 이미지를 가진 동료의 모습은 이상적이지만, 모두가 노력한다고 가질 수 있는 모습이 아니고, 동료 본인조차도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서 손에 넣은 결과는 아닐 거라고 나는 감히 확신한다.
이런 생각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지도 모르겠지만, 태어나고 자라온 환경, 그리고 삶의 방식은 생각보다 자유의지로 선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기 방어를 하자면, T의 성향이 다분한 개인으로서,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가치가 있지만, 건전한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 범죄는 법전에 입각해서 적법히 처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눈에 보이는 장애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인을 바라보면, 좀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