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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을 위해 하루를 쓰는 사람들, 그 이유는?

by 부디아이

1분을 위해 하루를 쓰는 사람들, 그 이유는?



얼마 전 제 하루는 단 한순간, 단 1분을 위해 흘러갔습니다.


새벽 5시 반. 아이들 아침을 챙겨 누나 집에 맡기고, 부지런히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9시 기차에 몸을 실어 서울로 향하는 길. 목적지는 서울 OO병원. 어머니의 건강 검진 결과를 듣는 날입니다.


어머니는 2년 전 폐암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수술은 다행히도 성공적이었지만, 그 이후로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주에 찍은 CT 결과를 오늘 듣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함께 서울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수서역에 도착하니,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아산병원, 삼성병원... 셔틀버스 정류장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고, 다들 우리처럼 진료를 위해 바쁜 걸음을 옮깁니다.


서울의 큰 병원 진료는 대부분 예약제로 이루어지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가 의사 선생님과 대화하는 시간은 고작 1분 남짓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 이런 생각이 스쳐갑니다.


‘이 짧은 1분을 위해 하루를 통째로 썼다고?’


하지만 막상 그 1분을 마주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그 1분이 주는 무게와 의미는 상상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시간을 값으로 환산할 수 있다면,


검진 결과를 듣는 그 1분은 저희 가족에게 가장 값비싼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 짧은 시간은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하거나, 반대로 새로운 걱정과 준비를 시작하게 만드는 분기점이 됩니다.


오늘도 어머니와 저는 진료실에 함께 앉아, 그 1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짧지만 결정적인 한마디.


“수술 부위 깨끗합니다. 이상 없습니다.”


그 말 한 줄이 얼마나 큰 안도와 기쁨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지난 6개월간 ‘혹시라도…’라는 불안을 품고 지낸 어머니와 저에게


이 짧은 진단은 말 그대로 ‘희망’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선물 같은 1분.


돌이켜보면, 오늘 하루 중 가장 강렬하게 남는 순간은 바로 그 1분입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말했습니다.

"어제에 얽매이지 말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말라. 오늘은 당신이 가진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는 흔히 오늘이라는 시간을 너무 쉽게 지나칩니다.


하지만 단 1분의 말 한마디가,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상 없습니다’라는 평범한 말이, 저희 가족에게는 큰 위로이자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전체를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과연 이보다 더한 기쁨을 주는 1분이 또 있을까요?


시간은 언제나 흐르지만, 어떤 순간은 우리 마음에 깊이 새겨집니다.


그날 그 1분은,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웃으며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던 그 시간.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6개월 뒤, 우리는 다시 이 1분을 위해 하루를 준비할 것입니다.


그때도 얼마 전 그날처럼, 따뜻하고 반가운 말 한마디가 기다리고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일단 시작합시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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