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 문산을 향해 달린 기차

기차와 새우깡

by 리치

5월의 마지막 날은 토요일이었다.

단짝 친구 유진이와 일산에 있는 백마라는 곳을 가보자는 의견이 맞아
신촌역에서 문산까지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백마역에 도착한 우리는
‘화사랑’이라는 주점을 찾아 들어갔다.

토요일 오후의 화사랑에서 간신히 구석에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우리는
동동주 한 병과 파전,
오징어에 소면을 넣은 매콤한 안주를 주문했다.


유진이는 내가 대학 1학년 때
처음 친구가 된 사이였다.

오방떡을 먹으러 종로를 쏘다니고,
수업을 땡땡이치고 학교 앞 음악다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명동의 콜라텍 ‘마이하우스’에서
가끔은 1kg쯤 살이 빠질 만큼 신나게 디스코 춤을 추던
그 시절의 동지였다.


그런데 친구들은
나를 미팅 멤버에서는 늘 제외시켰다.

유진이도
미팅 기회가 있을 때만큼은
나와의 의리를 잠시 접어두고
혼자 미팅을 하고는 했다.


화사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남학생 두 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중 한 학생이 내게 말을 걸었다.

“새우깡 드실래요?”


사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새우깡 마니아다.

봉지에서 풍겨오는 그 냄새가
나를 유혹했지만
괜히 마음이 들킬 것 같아
애써 외면하고 서둘러 기차에 올랐다.


기차 안에는 빈자리가 없어
나와 유진이는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두 명의 남학생도
우리를 따라 올라탔다.


그리고
내 바로 옆에 가까이 서서
새우깡 냄새를
은근히 솔솔 피웠다.


나는 기차 유리창 밖으로 시선을 두고
끝까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정거장을 지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 순간,

네 명의 대학생은
동시에 당황했다.


아뿔싸.

서울로 가야 할 기차가
문산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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