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날

닿지 못한 마음의 기록

by 리치


《 문 앞의 첫 빛 》


낯선 나라, 낯선 집의 문 앞에서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고

아이에게는 이름조차 모르는 여행자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망설임 없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작은 손끝이 닿아 만들어낸 서툴지만 분명한 모양,

사랑.


그 순간, 언어는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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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리치, 2015 촬영. 미얀마


《 기억의 길목 》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아이를 잊지 못했다.

낯선 나라에서 이름도 모르는 나를 향해

두 손으로 사랑을 보여주던 아이.

그 짧은 순간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아 있었다.


2년 뒤, 다시 미얀마를 찾았을 때

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 골목으로 향했다.

그 집 앞에 섰을 때 괜히 마음이 떨렸다.


문을 두드리며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혹시… 아직 그 아이가 있을까.”

하지만 그날 아이는 없었다.


친척 집에 갔다는 말.

나는 쉽게 돌아서지 못했다.

그 골목을 몇 번이나 다시 찾았고

같은 문 앞에서 같은 기다림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만난 그 아이.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였다.


아이의 체온은 그때처럼 따뜻했고

나는 그 온기를 오래 기억하고 싶어

쉽게 놓지 못했다.


《 해주고 싶었던 것 》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생각이 남았다.

“이 아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을까.”

학비라도, 조금이라도

그 아이의 시간을 덜 힘들게 해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연결할 길도, 이어갈 방법도…

끝내 닿지 못한 채 나는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나라조차

쉽게 갈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 머물러 있는 그리움 》


나는 여전히 그 아이를 떠올린다.

그때 꼭 안아주던 순간과

놓고 돌아서야 했던 마음 사이에서

어딘가 아직도 머물러 있다.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아이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그날 작은 손으로 만들었던 하트와

다시 만났을 때의 따뜻한 포옹이

서로의 삶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을 거라는 것을.


《 기도처럼 남은 순간 》


이제는 도와줄 방법도, 찾아갈 길도 없지만

나는 가끔 그 아이를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부디, 누군가의 따뜻함 속에서 살고 있기를.”


내가 끝내 닿지 못한 도움 대신

그 아이가 세상으로부터

조금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기를.


그날의 하트 하나가

그 아이의 삶 어딘가에서

아직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기를.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그렇게 오래 남는 한 순간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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