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선거

한 사람만 아는 투표율

by 리치


내가 열 살 때까지 다녔던 초등학교는 경기도 내 적지 않은 규모의 초등학교였다.

그곳 학교를 다닐 당시에 나의 아버지는 육성회장을 하셨으니 그 동네의 유지였던 셈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선생님들은 나의 형제는 물론 , 나에게도 넘치는 애정을 주셨었다.

나는 그것이 당연한 걸로 느꼈었고, 오히려 감기 치료도 제대로 못해서 누런 콧물을 훌쩍이는 애들이

가까이 오는 걸 노골적으로 싫어하기도 했으니 같은 반 아이들 눈에 내가 얼마나 못된 아이로 비추어졌을지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 와중에서도 가장 헛웃음이 나오는 사건하나를 얘기하려 한다.

3학년 학기 초, 2학년때도 담임이 있던 선생님이 연이어 담임선생님이 되었다.

티가나게 나를 예뻐해 주셨던 불량 (^^) 담임 선생님이 반장 선거를 하는 시간이 되자,


세 명의 후보를 교단으로 불러 세우더니 후보자들 모두 칠판을 향해 뒤돌아 서 있으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학급의 아이들 모두 눈을 감고 거수로 반장을 뽑는다는 것이다.

뒤돌아서서 눈을 감고 있던 내 귀에 들려온 내 이름 석자.


반장은 ***!!

너무도 간단히 끝난 선거였다.

그 순간, 열 살짜리 마음에도 '이게 뭐지? 이게 맞는 거야? '

반장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기쁘지 않고 찜찜하고 얼떨떨 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부터, 나의 반장타이틀은 내 생애 첫 부정선거 가담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부터 선생님의 나를 향한 공정하지 못한 편애는 계속되었지만

난 그런 선생님의 태도가 다른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외감과 불평등을 느끼게 할지를 어렴풋이 느끼며

나의 선생님을 향한 존경심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선생님의 성함은 기억하고 있지만 내 기억 속 존경하는 선생님 목록에서는 예외적인 은사일 뿐이다.

나이가 들어 보통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나는 그 시절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잖아요.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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