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미리 거리를 두기로 했다

오늘의 작은 선택

by 부엄쓰c


크리스마스날 우리는 아웃백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사 갈 때 아이의 새로운 책상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왼쪽 허리에선 가만히 있어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고, 오늘따라 유난히 졸음이 쏟아졌다.


다행히 정확한 예약 시간은 없었기에, 오전은 각자의 시간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충분히 쉰 듯 들뜬 얼굴로 계속해서 나를 재촉했다. 솔직히 나는 조금 더 잠들고 싶었고, 허리 통증은 나를 침대에 붙잡아 두었다.


평소 같았다면 아이가 원하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며 설렘을 느꼈겠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달랐다. 아이가 스키장도 가지 않겠다고 했고, 이사 준비로 신경 쓸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책 신간과 굿즈 정도를 준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새 책상을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의 몸은 절실하게 휴식을 원했다.


침대 위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눈을 감고 있을 때, 아이는 어김없이 침대 위로 뛰어올라 나만의 작은 평화를 깨뜨렸다. 그런 순간들이 사랑스럽기는 했지만, 예민해진 상태에서 침대를 흔들고 큰 목소리로 떠드는 아이의 존재는 무겁고 벅차게 느껴졌다.


"잠깐만 떨어져 있자. 네 방에서 좀 쉬고 있어. 엄마 지금 허리도 아프고 너무 피곤하니까. 조금 괜찮아지면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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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솔직하게 거리를 요청했다. 아이는 순순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크리스마스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내 곁에 오던 아이에게서 엄마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여러 차례 고민했다. 내 몸의 한계를 인정하고 과감히 휴식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볼 것인가. 외출했다가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엄마 오늘은 정말 쉬어야 해.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네가 엄마 말을 잘 들어줘야 해. 그래야 엄마도 힘을 내서 나갈 수 있어. 알겠지? 오늘 하루만 엄마 부탁 좀 들어줘."


아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마사지를 부탁했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친구들이 스키장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아이가 시즌패스를 거절해서 올해는 스키장을 생략했기에, 그런 아이의 반응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네가 안 간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이제 와서 부럽다고 말하면 엄마는 좀 당황스러워."


내 말에 아이는 머쓱해하며, "맞아, 내가 그랬지…"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의 서운함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아웃백에서 커플 세트를 맛있게 먹으며 점차 웃음을 되찾았고, 돌아오는 길엔 세일하는 신발과 옷까지 구입하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밖에 나가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신기하게도 컨디션이 점차 좋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엄마가 너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허리가 너무 아파서 쉬고 싶었던 거야.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함께 준비하는 이 시간이 가장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이사는 힘들고 복잡한 일이지만, 우리가 함께 더 나은 곳으로 가서 새로운 날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아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엄마. 이사가 새로운 시작이라 더 특별한 선물인 것 같아."


아이는 나에게 직접 쓴 편지와 함께 이사 후 1년간 빨래를 대신 해주겠다는 귀여운 쿠폰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건넸다.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와 따뜻한 이해로 아름답게 빛났다.




#오늘의작은선택 #컨디션조절 #사랑의확인 #거리두기의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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