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부모보다 대화할 수 있는 부모

차단이라는 벽 앞에서, 다시 말을 걸다

by 부엄쓰c


일요일, 나는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어렴풋이 아이가 나를 깨우던 것 같았지만, 눈꺼풀은 무거웠고 의식은 금세 가라앉았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저녁 식탁에서 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마... 사실 나 어제 엄마 핸드폰으로 내 핸드폰 게임 시간 풀었어.”


나는 숟가락을 들던 손을 멈췄다.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신뢰의 문제였다.

단호히 말했다.


“그건 잘못한 거야.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용돈 압수다.”


아이의 얼굴에 실망이 스쳤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생각했다. 처벌만으로 끝내지 말자. 반성하면 일부는 돌려주자.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또 다른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5만원만 더~”


장난스러운 말투. 나는 다시 굳어버렸다.

‘정말 반성한 걸까?’

화가 치밀었다.


“안 되겠다. 돌려줄 수 없어. 아직 반성하지 않았잖아.”


아이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학교 가야 할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침대에 누워버렸다.


나는 생각했다.

‘왜 내가 더 급하지? 이제 아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시간이다.’


“학교에 제시간에 가서 수업 준비하는 건 네 몫이야. 엄마는 이제 안 챙길 거야.”


나는 아이를 뒤로하고 회사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등교 알림이 오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설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알림을 확인했다.

다행히 등교와 하교, 학원 문자는 정상적으로 왔다.


그리고 퇴근길,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내 태권도복 어딨어?”


익숙한 목소리에 안도하면서도 물었다.


“근데 아까 왜 전화 안 됐어?”


“어... 차단했었어.”


“뭐라고? 엄마를 걱정시키고 차단을 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왜 전화했어?”


“미안해서...”


말문이 막혔다.

진심일까, 아니면 그냥 필요해서일까.

그 애매한 태도에 마음이 복잡했다.


퇴근길 내내 생각했다.

아이가 나를 차단하고도 나는 급히 집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될 만큼, 이제 아이도 많이 자랐구나.

집에 돌아와 우리는 마주 앉았다.

이번엔 다그치기보다 가르치기로 했다.


“앉아봐.”


아이도 상황을 아는 듯 조용히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너는 엄마 아들이잖아. 엄마가 생각하는 기준을 말해줄게.

폭력, 도둑질, 거짓말, 괴롭힘 같은 건 절대 안 돼. 이건 범죄야.

그리고 네 의식주를 스스로 챙기고, 약속은 지켜야 해.

공부는 못해도 괜찮아. 하지만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해.”


아이의 얼굴엔 살짝 반발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근데 엄마, 사람들 다 그렇게 의식주를 잘 챙기진 않아.”


“맞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노력하는 건 필요해. 엄마는 너를 세상으로 내보내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섭섭했던 마음도 전했다.


“엄마 차단한 건 정말 속상했어.

너도 알잖아. 엄마는 늘 네 편이야.”


아이도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엄마.”


조금씩 서로의 마음이 풀렸다.

그러나 아침의 5만원 이야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건 장난이었어?”


“아니, 진지했어...”


“그렇구나. 그래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돌려줄 수 없어.”


아이의 얼굴에 억울함이 스쳤다.


“근데... 짜증 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조금 숨을 고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감정은 네 몫이야. 부모에게 짜증 내는 건 예의가 아니야. 연습하자.”


아이는 울먹였지만 결국 내게 다가왔다.


“엄마, 나 이제 진정했어.”


나는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알았지?

완벽하진 않아도 서로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해.”


그날 밤, 우리는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오늘도 이렇게 다시 서로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오늘의 실천

완벽하려 하기보다, 아이와 솔직하고 단단하게 대화하기.


나에게 남기는 말

서툴러도 괜찮다. 대화로 이어지면 우리는 다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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