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로 배워서 만들어 보는게 우리 특기
어린시절 동네 개들이 몰려다니듯이 스타트업이라고 떠들면서 정신없이 뛰던 이들은 2016년 어느 추워지는 가을날 경기도 성남시청 뒤쪽으로 조그마한 산속마을, 사송동이라는 동네에 모였다. 그 어린시절 이곳의 동네이름이 사람사 송장송이어서 밤마다 송장이 돌아다니는 동네라고 불렀던 이곳에서, 이제는 어엿한 청년과 성인이 되어서 다시 모였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매우 비좁은 원룸에 청년협동조합 설립총회를 하려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고 앉았는데, 기존의 활동 청년들 외에, 이 청년들에게 기꺼이 몇백만원이라는 후원금을 내어놓아주신 주변분들까지 같이 모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대만등 외국까지 퍼져서 외국청년들도 이 성남시의 오지까지 와서 앉아있다. K가 운을 뗐다.
“성남의 이 사송동 오지까지 자리를 해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비록 성은 다르지만 글로벌 캠프의 활성화라는 마음으로 의를 맺었습니다. 이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마음과 힘을 합해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이 여행과 자원봉사로 꿈을 가지는 그날까지 달려보고자 합니다. 함께 해주시는 조합원님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리하여 K가 이사장이 되고, 나머지 청년들이 팀장직위를 받고 응원해 주신분들은 조합원이 되며 법인이 설립되었다. 말이 거창한 법인이지, 결국은 몇 명이서 직위를 나눠가지고 마구잡이 식으로 일을 하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하늘이 도우시는 덕분으로 H가 아이슬란드 자원봉사여행 프로그램으로 이슈를 일으키고, 모두들 열심히 분발하여, 2016년 12월에 기재부로부터 우수상을 받으며, 처음으로 현금을 버는데 성공하였다. 돈도 벌었겠다, 사무실도 제법 번듯한 차들이 다니는 거리로 옮기고, 명함도 새로 파면서 한껏 기분을 내었다.
그러나 좋은일도 잠시, 대만으로 해외자원봉사 여행을 만들어 놓은 타이페이 프로그램이, 악성 택시기사로 인해 대한민국을 도배하게 되어, 떠나리도 휘청거리게 되었다. 에이 그럼 그렇지, 그냥 글로벌 보드게임이라도 만들어볼까? 하고 이렇게 저렇게 놀던 2017년 어느 봄날, 퇴근전에 이상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모기업과 4년제 6개대학이 연계하여 체코로 큰 항공기를 띄우는 ‘체코 해외자원봉사단’ 사업의 제안이었다. 너무 큰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차피 이렇게 있다가 날씨 추워지면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하는데, 무조건 Go~”라는 생각으로 제안서를 넣어봤다. 그런데 이 큰 사업에 떠나리가 덜컥 우선 사업자로 선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떠나리 청년들이 어떤 사람들이냐? 생전 비행기 한번 안타본 청년들도 구워 삶아서, 해외자원봉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성남시청으로 달려가서 무조건 도와달라고 떼를 썼다. 그리고 ‘물갈 때 배간다’라는 말을 새기며, 이참에 아예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까지 내달리기로 결정을 하였다.
“우리가 사회적 협동조합이 되어 있으면 더욱 모른척 하지 못할것이야!”
얄팍한 잔머리의 떠나리 청년들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우리가 원했다고 해도, 또한 장사가 되지 않는 영리법인이라고 해도, 그래도 비영리로 전환하는 것은 기분이 조금은 이상할진데, 참석한 조합원들이 하나같이 행복해하고 웃으며 전환총회 기념사진을 찍은 것을 보면, 이 떠나리를 만든 사람들은 정말 똘끼 하나로 똘똘 뭉친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되어졌다.
2017년 대한민국의 현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명문대학교를 들어가야 하고, 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실패하여 어디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거나, 아니면 남은 여생을 고시원에서 쓸쓸히 보내야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인데, 이 돌+아이 떠나리 조합원들은 지네들이 낸 돈이 고스란히 기부금을 쓰이는 것도 모른체 밤낮으로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웃으면서 사진을 찍다니 말이다. 이렇게 청년 사회적 협동조합 TVDcoop(브랜드명 떠나리)이 비영리 법인으로써 출발을 하게 되었다.